지난해 납본된 유일한 국어사전 ‘고급 한국어 학습사전’(이하 학습사전)을 퍼낸 소설가 최종희씨는 ‘작가용 사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사전 편찬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최씨는 취재팀과 전화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소에 대해 쓴다고 할 때 각 부위의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른다”며 “유의어의 뉘앙스 차이를 담는 등 단어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습사전을 찾아보면 ‘소’에 대한 설명에 쇠고기 각 부위의 명칭이 자세히 실려 있다.
최씨는 혼자서 공부하며 정리한 노트가 10권 정도 모인 2010년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사전이 나오기까지 꼬박 2년 반을 주6일, 하루 10시간 이상 사전 편찬에 매달렸다. 그러나 사전을 출간할 출판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9번째 찾아간 출판사에서 일이 성사됐다.
지난해 2월 나온 학습사전은 초판 2500여부 중 2000부 정도가 팔려나갔다. 최씨는 하반기에 개정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품사별로 나눈 사전이나 많이 틀리는 한자어를 담은 사전도 만들 예정이다.
스스로 출판사를 세운 사람도 있다.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국문학)는 학생들이 단어 뜻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다가 한자어를 구성하는 각 한자의 뜻까지 표기한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뜻풀이가 좀 더 와닿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전 교수는 대형 출판사 6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사전 편찬 열망이 강했던 그는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 2007년 10월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을 내놓았다. 2010년 11월에는 ‘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도 만들었다. 두 사전은 지금까지 각각 5만·4만부가 팔려 사전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전 교수는 종이사전 활용 특강도 재능기부 형식으로 100회 이상 진행했다. 그는 “어휘력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는 것과 같다”며 “종이사전을 보면 찾으려는 단어 근처에 있는 단어도 보게 돼 연관단어 학습효과도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강조했다.
백문식 전 용인 보라고 교장은 지난달 ‘우리말 어원 사전’을 냈다. 2500단어의 어원을 밝힌 이 사전은 1998년 나온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공저)의 개정증보판이다. 백 전 교장은 ‘우리말 파생어 사전’(2004년), ‘우리말 부사 사전(2006)’, ‘우리말 형태소 사전’(2012)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모두 외부 도움없이 혼자 해낸 일이다.
이 밖에도 표준말을 표제어로 한 최초의 사전인 ‘표준어로 찾아보는 제주어 사전’(현평효·강영봉 저)과 최경봉 원광대 교수가 만든 ‘우리말 관용어 사전’도 최근 선보였다.
다양한 사전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전 출판이 개인의 연구로 이뤄진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 주도로 연구작업이 이뤄져 민간 사전편찬이 수월해 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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