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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發 연정 시도 …기대와 우려 교차

입력 : 2014-07-04 14:38:50 수정 : 2014-07-04 14: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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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이후 연정(聯政)이 정가의 화두로 부상했다. 갈등과 분열로 상징되는 국내 정치사에서는 신선한 실험이다. 성공하면 협치(協治)라는 새정치의 서막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적잖다. 하지만 뚜렷한 과실을 맺지 못하면 ‘정치적 쇼’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달 경기와 제주에서 진행되는 연정 실험은 “시도 자체가 신선하다”는 호평 속에 순항하다 현실 속 암초를 만나 주춤한 형국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당선 직후 전광석화처럼 연정 추진을 구체화했다. 남 지사는 연정의 첫 단추로 야당 몫의 ‘사회통합부지사’ 신설은 물론 ‘경기도 여야정책협상단’을 구성해 야권과 정책협의도 본격화했다.

남 당선자 스스로 “연정 성패는 내 기득권을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달렸다”고 공언할 정도로 연정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순항할 듯 하던 연정은 ‘생활임금 조례’라는 암초를 만나 주춤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하도급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보다 높은 임금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달 말 단독으로 재의결한 ‘경기도 생활임금조례안’을 김문수 전 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6월30일 대법원에 제소하면서 맞섰다. 바통을 이어받은 남 지사로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연정 성패의 열쇠가 됐다. 지난 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여야정책협상단 2차 회의에서 새정치연합 측은 이 조례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사회통합(정무)부지사 신설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남 지사가 제안한 정무부지사가 도지사의 하위개념이라는 이유 등으로 부지사 파견을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연정 실험의 또 다른 변수는 7·30 재·보선이다. 연정 성공과 실패 여부에 따라 선거정국이 소용돌이칠 수 있어서다. 박근혜 마케팅 대신 혁신 모드를 선거전략으로 택한 새누리당이 경기 연정 실험을 선거 정국에 활용하고, 새정치연합이 이를 비토하면 정쟁 속에 연정 실험의 싹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제주도 역시 경기도와 비슷한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경쟁후보였던 새정치연합 신구범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연정 바람을 몰고왔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과 당·정 및 정책 협의를 수시로 하고, 좋은 인물을 추천받아 새 도정의 인사를 추진하겠다며 연정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은 그러나 ‘책임정치 구현’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제주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공조·연대 등에는 협력하겠다고 여지를 뒀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연정 순항의 또 다른 과제는 여야 내부의 불편한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포괄적인 연정 논의가 책임정치에 반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야당과 자리를 나누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시각이 있다. 새정치연합은 남·원 지사의 연정 제안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경기도당위원장은 연정 전망에 대해 “처음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경기도당 관계자도 “연정 실험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정 자체를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자리를 나눠먹기 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야당의 정책을 진정성 있게 수용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연정 실험이 정치적 쇼든 어떻게 되든 시도했다는 자체가 좋은 일”이라며 “정치적 목적이 어디에 있든지 지방자치의 경우 정책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호평했다. 신 교수는 연정의 성공 조건에 대해 “인사와 상대당 후보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고 싶은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방 연정의 성패는 중앙정치에 아주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끝까지 잘 이끌고 간다면 굉장히 큰 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종·김달중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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