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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할머니, 기초연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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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6 21:09:08 수정 : 2014-07-06 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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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기초연금이 최대 20만원까지 확대 지급된다.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분들이 그 혜택을 받게 되는데, 전국적으로 약 450만명 정도가 된다. 지금까지 9만9100원을 받던 어르신 상당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서도 2만4000여명의 어르신이 연간 총액 400억원 가까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송파구는 이미 지난해 말 구비 분담액인 15%, 약 60억원 가까운 예산을 기초연금을 위해 미리 책정해뒀다. 우리 부모들을 챙기는 데 정쟁이나 행정 절차가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다.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정작 관건은 따로 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신청주의에 입각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급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 짓는 과정은 본인의 신청이 있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기초연금도 어르신들이 직접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해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65세 이상 어르신,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정보에 어둡다는 사실이다. 저소득층·취약 계층일수록 인터넷이나 모바일,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재원도 문제다. 대부분 매칭펀드 방식으로 중앙과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로 나눠 분담하다 보니 자치단체에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복지 제도를 운영할 예산도, 여력도 없다. 신청주의 굴레에 중앙정부 중심의 제도까지 겹쳐, 현장의 입장에서 ‘복지 사각지대 제로’를 관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변수는 수급자의 인식이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일군 주역이다. 구청장으로서 지난 6·4지방선거 당선을 확인한 직후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지역 노인회였다.

그런데 우리 어르신 중 일부는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걸 마음 불편해 하신다. 부모 봉양에 자식 교육까지 온전히 한 몸으로 감내하느라, 받는 것보다는 주는 데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히려 본인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도우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또 정말 긴급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손을 내밀지 못하는 분도 있다. 기초연금은 보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국가를 잘 보살펴준 보상인데도 말이다.

제도의 한계는 결국 탈(脫) 디지털화와 지역 공동체 의식 회복만이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말은 거창하지만,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그저 우리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함께 도울 방법을 찾자는 얘기다. 노인들의 수급 여부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직접 모시고 주민센터를 찾아 가보자. 대상자가 되면 기분 좋으니까 맛있는 점심 한 끼, 대상자가 아니라면 아쉬우니까 위로의 냉차 한 잔. 금상첨화다. ‘안녕하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는 상대방의 안위와 평안을 묻는 데 뿌리를 둔다. 이제 인사의 상대가 어르신이라면 말미에 한 마디 더 덧붙여보자. “할머니, 기초연금은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작은 관심이 내 고장, 우리 동네를 더 풍요스럽게 할 수 있다.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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