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바이블로 불리는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을 한국에 정착시킨 연출가 나상만이 연극 ‘멍키열전’을 23∼31일 서울 종로구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무대에 올린다.
‘멍키열전’(사진)은 러시아 국립 박흐탄코프 아카데미극장 부설 슈킨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나상만이 연출뿐 아니라 대본까지 담당한 작품으로, 러시아 초청공연에 앞서 국내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나오는 원숭이 ‘피터’를 비롯해 중국 4대 고전소설 가운데 하나인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 서양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비견되는 인도의 고전 서사시 ‘라야나마’의 ‘하누만’, 터너 미래상을 수상한 다니엘 퀸의 ‘고릴라 이스마엘’에 등장하는 ‘이스마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얀 마텔의 소설 ‘20세기의 셔츠’의 ‘버질’,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단편소설 ‘이수르’에 나오는 ‘이수르’ 등 여섯 마리의 원숭이들과 서커스 단원 출신 소녀 ‘빼아트리체’가 등장해 인간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침팬지 ‘피터’를 중심으로 결성된 유랑극단 ‘멍키 플레이어스’의 레퍼토리로,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소재의 각종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원초적 원숭이, 의인화된 원숭이 등 다양한 원숭이의 모습과 곡예, 무술, 서커스, 탈춤, 무용, 동물연기, 애크러배틱(신체연기), 마술 등 여러 시각적 요소를 통해 연극적 재미와 함께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는 국내외 모든 예술학도가 동경하는 러시아의 천재 연출가이자 배우로 자신만의 연기 철학과 체계화된 이론을 정립하여 ‘스타니슬랍스키 연기술’이라는 연기의 바이블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멍키열전’을 지휘하는 나상만 연출가는 연극교육자로 베스트셀러 소설 ‘혼자 뜨는 달’의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립예술원에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과 한국연극’이란 논제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연기학자 1세대이다. 모스크바 슈킨연극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대학에 ‘한국스튜디오’를 창설했다. 숭실대와 경기대에 ‘스타니슬랍스키연기원’을 열어 20여명의 연기교육 전공 교수를 배출하는 등 수많은 연기자를 양성해 왔다.
이번 공연에는 바흐탄코프의 계보를 잇는 학교를 중심으로 슈킨연극대학을 나왔거나 스타니슬랍스키 연기원,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대학 출신자들이 출연한다. 최용진(전 경주대 공연예술과 교수), 하병훈(인천대 공연예술과 교수), 천효범(목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등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정통파 연기자들이 무대에 올라 단순한 축하공연을 넘어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과 바흐탄코프의 교육 방법론을 작품으로 검증한다.
나상만 연출가는 “슈킨연극대학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관찰’이라는 학습을 통해 원숭이의 행동 원리와 형상을 배우들이 신체로 구현해 관객이 실제 원숭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고 말한다. 화∼금요일 오후 8시, 토 3시·7시, 일 3시 공연. 8세이상관람가. 100분. 1544-1555.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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