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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go 챙기go 떠나go~”, “너 do 나 do” 국적불명 신조어·혼합어 남발

입력 : 2014-10-06 17:13:35 수정 : 2014-10-08 18: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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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513개 공공기관 누리집 언어사용 실태조사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 누리집(웹사이트) 상당수가 영어를 비롯해 어려운 낱말이 많아 국민이 정부 정책을 알고 이용하는데 불편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위원장 이대로)가 568돌 한글날을 맞아 청와대를 비롯한 공공기관 누리집 515개 기관 누리집에 게시된 정책 자료 등 공공언어를 조사 평가한 결과 영어, 어려운 한자어, 전문용어 등이 많아 국민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누리집에 게시된 공공언어 중 많게는 10개 어절당 4개의 어려운 낱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13개 누리집에서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10개 누리집은 한국소비자원, 홍성교육지청,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한국인터넷진흥원, ITS 국가교통정보센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가표준인증종합정보센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대구시청 순으로 나타났다. 

513개 공공기관 누리집을 평가·분석한 결과, 대부분 누리집에서 10개 어절당 1개 이상의 어려운 낱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낱말을 많이 사용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기관 누리집에 나타난 알림창(팝업창)은 영어와 국어·한자어 등을 마구 섞어 쓴 국적 불명의 신조어나 혼합어가 많이 발견됐다. 누리집 또한 로마자나 한자어를 그대로 쓰는 등 국어 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 또 한글로 표기했지만, 대체할 수 있는 순화어가 있음에도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를 쓰는 사례도 많았다.
이러한 바르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는 기관의 예는 다음과 같다.

◇외교부 누리집=JPO, 이슈별 자료실, 뉴포커스, 관련사이트. G20, OECD, APEC(외교부 뉴스나 인터뷰는 굳어진 외래어로 제외) 등을 쓰고 있었으며, 외교부 소식지(468호, 2014년 8월 22일 금요일)에는 ‘알go 챙기go 떠나go~ 해외안전여행 캠페인 동영상 공개!’ 등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사례를 보였으며, 외교부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너 do 나 do 공공외교 모자이크로 만나다’ 등이다.

◇새만금개발청 누리집=국어기본법 위반 사례인 영어 앞세우기, 어려운 용어 쓰기, 영어나 한자와 우리말 섞어 쓰기를 많이 하고 있다. ‘아시아의 허브, 미래의 중심 새만금’, ‘새만금, 동북아 경제 중심 창조경제 메카로 건설!’,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 등이 쓰였으며, 누리집 각 방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자면, ‘Why? 새만금!’을 시작으로 마스터플랜, 비전 및 개발전략, 국가성장엔진, 新문명 글로벌 시대 선도, 투자인센티브, 행사&이벤트, 원스톱서비스, 새만금35경, 새만금여행코스, 시즌별, 종교역사코스, 뉴스레터, 포토갤러리, 새만금 CI 소개, 심볼마크, 로고타입 시그니처, 슬로건, 엠블럼, 전용컬러, home, Step1. 신청, Step2. 접수 및 처리, Step3. 열람, Step1. 만족도조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해양수산부 누리집=누리집 소개방에는 ‘WTO/FTA소식’, ‘수산물이력제/HACCP소식’ 등 광고 쪽에는 ‘2014년 어식백세 수산물 브랜드 대전’이라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말을 쓰고 있어 소통을 어렵게 한다.

한편, 513개 누리집 중에는 아예 자동화도구 접근을 차단한 누리집을 제외한 447개 누리집만 평가했다. 이유는 웹 개방성으로, 웹에 공개된 정보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웹 제작과 운영의 기본 원칙이나 국내 공공기관의 누리집 상당수는 이런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만들어져서 검색 도구가 해당 기관의 정보 검색이 되지 않아서 누리집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공공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누리집이 정보 접근을 차단한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공기관 누리집 한글사용성 실태조사는 한글사용성 평가위원회가 3년 동안 개발한 누리집 자동평가 도구인 ‘한글 누리미’로 로마자와 한자, 외국어, 전문용어 등 국어기본법 위반과 어려운 낱말 사용 등을 정량, 정성 평가했다. 또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국어 전문가들의 평가를 함께했다.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는 한글단체의 뜻있는 분들과 국어 전문가 그리고 정보통신(IT) 전문가들이 3년여 기간 동안 개발한 누리집 자동평가 도구(검색평가 자동봇)이다. 일찍이 공병우 박사가 말한 한글 기계화 운동의 뜻을 이어받아 한글단체, 국어 전문가, 정보통신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만든 국내 최초 누리집 한글 사용성 평가 자동화 도구이다.

이대로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법령으로 정해진 국어책임관 제도는 공공기관에서 운용은 유명무실해졌다”며, “현재 중앙행정기관(소속기관 포함) 262명, 지방자치단체 246명 등 총 508명의 국어책임관이 있다. 그들의 역할은 행정기관의 누리집과 정책자료, 보도 자료 등에서 외래어 등을 걸러내고 어문 규정에 맞게 고치는 일이지만 각 기관 국어책임관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문화 관련 부서 과장이 당연직으로 국어책임관을 맡으면서 인사 때마다 바뀌다 보니 일부 국어책임관은 자신의 역할은 물론 선임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들풀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연구실장은 “누리집 자동평가에서 나타나 결과를 보면 국민과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공공언어 사용 실태가 심각하다”며, “적어도 중등교육 정도의 수준이 읽어도 알 수 있는 바른 언어를 사용해야만 현재 정부가 내걸고 있는 ‘정부 3.0’의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측은 앞으로도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공공단체, 대학교, 공공서비스 기관, 민간기업 등 평가 대상을 확대하여 실태조사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공공기관 누리집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결과는 568돌 한글날을 맞아 10월 7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열리는 ‘외국어 남용으로 병든 한국어 살리기’ 공개 학술대회(주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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