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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피임약·성인용품도 배달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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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8 05:00:00 수정 : 2015-02-15 1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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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입니다.”

이는 국내 배달 시스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배달에는 한국인의 창의성이 녹아 있다. 공원 잔디밭 한가운데서 치킨을 주문하고, 야구장에 자장면과 짬뽕·팥빙수까지 배달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한국에서는 배달되는 것보다 되지 않는 것을 찾는 편이 더 쉽다.

이제는 동네마트도 배달 전쟁에 뛰어들었고, 각종 관공서 서류와 기차표·약·사람도 배달한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모든 것을 배달한다’는 생활 심부름 대행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능할까.

◆ 합법적인 범위 내 모든 것을 배달

이른바 ‘맥세권’은 자취생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맥도날드 햄버거가 배달되는 지역을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햄버거 배달이 외국인들 눈에는 감탄의 대상이다. 추가적인 배달 수수료를 받지 않고, 365일·24시간 배달되는 햄버거에는 한국의 배달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

외국인들이 또 한 번 놀란 것은 한국 음식의 ‘LTE급’의 빠른 배달 속도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A씨는 “미국에 있을 때 중국 음식점에 종종 배달 주문을 했지만, 음식이 식었거나 신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한국의 배달 음식은 미국보다 더 빠르고 따뜻하고 신선하다”고 흡족해했다.

A씨의 말처럼 잔디밭 치킨 배달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잔디밭 치킨 명소인 한 공원은 여름철이 되면 전단을 돌리는 ‘배달맨’들로 가득하다. 인근 치킨전문점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아예 잔디밭에 상주하면서 배달 주문을 받는 치킨집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 배달은 중독…한번 맛 보면 끊을 수 없어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 배달 서비스는 크게 이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실제 배달 전문 한 슈퍼마켓에 들어오는 배달 주문은 하루 평균 50여건으로, 전체 판매량의 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변의 대형마트가 배달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 동네 슈퍼마켓 관계자는 “배달은 중독인 것 같다”면서 “한번 배달 서비스를 맛본 이들은 거의 대부분 단골이 된다”고 전했다.

주부들은 이 같은 슈퍼마켓 배달을 환영하고 있다. 전업주부 김모(33)씨는 “갓난 아이와 함께 슈퍼마켓에 가는 것도 큰 일”이라며 “채소나 과일은 직접 보고 사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혼자 있을 때 수박이나 생수 등 무거운 물건은 전화로 주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배달, 이젠 선택 아닌 필수…배달사원 ‘구인난’ 업체 ↑

이런 가운데 외식업계의 배달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를 필두로 해 KFC와 버거킹을 비롯한 대형 패스트푸드업체들도 배달시장에 적극 뛰어 들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2007년부터 배달을 시작했고, 롯데리아는 2011년부터 배달에 나섰다. 여기에 KFC와 버거킹도 올해부터 일부 점포에서 배달을 시작했거나 시범 실시중에 있다. 이처럼 너도나도 배달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배달을 할 경우, 하지 않을 경우보다 매출이 약 20% 더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배달은 이제 단순히 고객 서비스 차원의 문제가 아닌 업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사원 구인난도 심화되고 있다.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가 모두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에선 배달사원 영입전이 벌어질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길을 잘 아는 배달사원의 생산성은 그렇지 않은 사원에 비해 많게는 두 배까지 높다”고 말했다.

◆ 女대생 “성인용품·피임약 대신 사서 배달해 주세요”

이와 함께 최근에는 담배와 기차표 배달, 설거지도 대신 해주는 이색 심부름 업체들이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쁜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과 '귀차니즘'이 결합, 생활 심부름 시장도 점차 성장하는 추세다.

한 심부름 업체 직원은 “재미있는 배달도 많다”며 “콘돔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 성인용품점에서 물건을 사달라는 사람도 있고, 현금을 주면서 ‘은행에 돈을 입금해 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임약을 배달시키거나 ‘밤길이 무섭다’며 집까지 배웅해 달라고 하는 여성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벌레 잡기 ▲화장실 변기 뚫기 ▲커튼 설치 등도 있다. 한 심부름 대행사 직원은 “얼마 전에 갔던 곳은 음식물은 싱크대에서 썩고 있고, 쓰레기봉투에서는 벌레가 나왔다”며 “설거지는 기본 3만원인데 부모님이나 남자친구가 자취방에 오기 전에 정기적으로 전화하는 여대생 단골손님도 있다”고 귀뜀했다.

◆ 美·英 등 선진국의 배달 서비스 수준은?

한편, 미국 시장에서도 배달 서비스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럽허브가 콘퍼런스 콜에서 올 3분기 매출이 50%이상 뛰었다는 발표를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럽허브는 비싼 스테이크부터 도시락까지 오프라인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웹·모바일 배달중개 서비스다. 현재 미국 내 700여개 도시, 3만개의 레스토랑과 제휴해 배달한다.

그럽허브는 국내 ‘배달의민족’ 등 유사 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지난해 5월 같은 배달 중개 서비스를 하던 ‘심리스’와 합병했다. 당시 배달앱 1·2위 업체가 하나가 돼 현재는 그럽허브가 미국 제1의 배달 서비스 업체가 됐다. 올 4월 1억7800만달러(약 1873억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했다.

국내 배달 업체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요기요가 전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1조원대 시장규모를 기록 중이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통’은 2014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58% 상승했다. 배달의 민족도 업계 최초 앱 내려받기 수 1000만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배달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 때문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배달 서비스 시장이 더 크다. 국내 전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전체 10건중 1건의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다. 업계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배달앱이 전체 배달 시장의 일부만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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