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온 국민에 트라우마…남은 이들 고통 줄지 않았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12-28 19:00:13 수정 : 2014-12-29 00:35: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무심코 넘겼던 일도 ‘혹시나’ 불안
“내 안전 내가 지켜야” 관심 급증
저물어가는 올해 온 국민은 다시는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의미에서 밤하늘 별의 궤적을 촬영했다. 16㎜렌즈, 셔터스피드 30초, 조리개 F6.3, 감도 600으로 두 시간 동안 1초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했다.
진도=김범준 기자
직장인 김성원(32)씨는 최근 소화기를 구입했다. 잇따르는 안전 사고를 보면서 문득 ‘우리 집에 불이 나면 어쩌나’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집인데 그동안 소화기가 있는지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으며,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올해 세월호 등 여러 사고를 접하면서 사고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줬다. 안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아진 반면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사람도 있다. 사고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상흔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국민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안전에 대한 관심 높아져

대학생 정연미(24·여)씨는 요즘 극장에 갈 때마다 영화 상영 전 나오는 ‘대피로 안내’ 화면에 주목한다. 몇달 전 학교에서 진행된 재난 대비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이다. 정씨는 “전에는 ‘안전불감증’일 정도로 관심이 없었지만 요즘은 ‘모르면 내가 손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부 강소진(38)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갈 때면 장소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아이들에게 주의 사항을 당부한다. 그는 “전에는 학교에서 어디를 간다고 하면 믿고 맡겼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예전 같으면 무심코 넘겼던 일들도 요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렵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은 사회에 대한 ‘불신’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말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정책에 불신을 가지게 됐다고 답한 비율은 69.7%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50.5%)은 한국사회가 싫어졌거나 이민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그동안 경제성장 등으로 국민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을 가졌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그게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며 “사회 조직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확신이 없어지다 보니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근 서망항에서 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글이 적힌 노란색 종이배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세인의 기억에서 옅어지고 있지만 결고 잊어선 안 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지적된다.
진도=김범준 기자
◆국민에게 ‘트라우마’ 남아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자체가 트라우마가 됐다고 설명한다. ‘배’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백령·연평도 등 서해 5도와 인천 앞바다섬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관광객이 1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1∼11월 관광객수는 67만5000명에 그쳤다. 1∼4월 증가추세였던 관광객 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달 감소세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관광객들이 장시간 배를 타는 섬 지역을 꺼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P)는 꼭 사건을 직접 겪어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사고와 관계없는 이들도 언론을 통해 사건을 계속 접하다 보면 고통스러운 기억이 생성된다”며 “특히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더해져 집단 트라우마가 생기고 회복과 치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김원섭 교수(사회학)는 “세월호는 국민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인데, 이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란 불안감 때문”이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확신을 제시해줘야 트라우마가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권구성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