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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도 못 깨운 안전의식…구호만 그친 국가개조

입력 : 2014-12-28 18:59:30 수정 : 2014-12-28 23: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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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반 ‘안전 불감증’ 여전
정신 못 차리는 정부·정치권
정부는 세월호 사고 당시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자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도 가세했다. 하지만 후속 점검이 부실해 참사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가 대부분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인 국가개조는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꽃다운 10대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국민은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안전불감증 여전…안전처 어수선


2014년 한 해 우리 사회는 숱한 인재를 겪었다. 지난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의 방화로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전 점검과 환자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판교 콘서트 현장 환풍구 붕괴로 27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안전조치 미비에다 관객의 안전의식 소홀이 참사를 키웠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국가 차원의 안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에 그쳤다. 국민안전처는 재난 관리 최고 사령탑으로 자연·사회·특수재난을 관리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세 기관이 모인 탓에 조직 내부조차 안정되지 않고 있다. 출범한 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고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독립성이 강조되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전처는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 사고 때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1994년 유럽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 이후 스웨덴이 2년 동안 합동조사를 벌여 국가 안전시스템 전체를 환골탈태한 것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식, 정부 시스템 부재, 관피아 등의 총체적인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사고를 꼼꼼히 복기해 사안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인 희생자 합동 영결식 27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합동영결식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헌화하고 있다.
인천=이제원 기자
◆역할 못한 정치권, 네 탓 공방만


여야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 당일인 29일 오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과 세월호참사 희생자 배·보상 논의 태스크포스(TF) 차원의 협상을 재개해 최종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여당은 ‘특별위로금’ 재원으로 세월호 국민성금을, 야당은 국비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연내 처리도 물 건너간 상황이다. 공직사회 개혁의 첫 단추로 평가되는 김영란법이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려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앞서 열려야 했으나 무산됐다. 여야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에 따른 국회 운영위 소집 문제에만 골몰해 다른 상임위 일정이나 법안 심사를 외면했다. 지난해 8월 제출된 이 법은 여야가 법률 검토를 명분으로 ‘100만원 이상 받으면 직무관련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의 원안에서 크게 후퇴됐는데도 처리되지 못했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바뀐 게 없는 것은 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제대로 구현돼 있지 않은 측면이 크다”며 “김영란법은 국회의원 스스로의 모럴 해저드와 관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근 서망항에서 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글이 적힌 노란색 종이배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세인의 기억에서 옅어지고 있지만 결고 잊어선 안 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지적된다.
진도=김범준 기자
◆정신 못 차린 정부·지자체, 자리다툼만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재난상황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므로 재난안전 담당 실·국장은 국가공무원이 아닌 지방공무원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전국 시도에 재난안전 실·국을 반드시 설치토록 하고 담당 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전국 시도지사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재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처와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지자체는 전형적인 ‘고위직 자리 늘리기’라며 현장을 잘 아는 지방공무원이 실·국장을 맡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설 부서 수장 인사권을 놓고 양측이 자리다툼을 벌이는 꼴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 부처가 모든 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시·지시 역할이 아닌 재난안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지방정부에 대한 협조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승·백소용·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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