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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파티·미숙아 사진 SNS에…실종된 의료윤리

입력 : 2014-12-29 20:11:30 수정 : 2014-12-30 07: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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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과시욕에 인권 내동댕이 ‘강남 J성형외과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처럼 의료인이 수술 중 찍은 사진 등을 환자의 동의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의료진의 윤리의식 부재와 네티즌들의 ‘관음증’이 더해지면서 병원 시술 사진이 유포되고 있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는 무능한 보건당국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SNS 인스타그램에 수술 중 뛰고 있는 심장의 동영상, 생후 10일 된 미숙아 사진 등을 아무런 여과 없이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수술실 #심장박동 #미숙아 등의 검색어로 연결까지 했다. 이를 본 다른 이용자들은 “환자나 부모의 동의도 없이 이런 사진을 마구 올려도 되느냐”며 항의했다. 수술실 사진이 논란이 되자 29일 해당 사진은 내려졌다. 이 의사는 병원을 통해 “지인들하고만 공유하려고 올렸는데 문제가 되는 것 같아 비공개로 바꾸고 새 나간 게 있으면 없애려고 고객센터에 신고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고 변명했다.

부산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힘든 하루였다’는 메시지와 함께 환자 10여명의 이름과 병명, 수술일정 등이 적혀 있는 수술실 일정표를 촬영해 SNS에 올렸다. B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특별히 문제가 된다거나 그런 생각을 못했고, 생각이 짧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사진을 삭제했다.

부산 시내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환자의 성명과 진단명이 기록된 수술 일정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시한 모습.
이처럼 환자의 인권이 의료인들의 과시욕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지만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박진석 의료전문 변호사는 “수술실 환자 사진 공개는 업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아직 법적인 판례가 명확하지 않다”며 “환자가 특정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수 의료전문 변호사도 “의료법에 수술실 사진을 올리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서 “의료인 품위 손상 문제를 따져 보건당국의 행정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강남구 보건소에 문제가 된 J성형외과에 대한 실사를 의뢰했다. 관할 보건소는 실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제66조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킬 경우 최장 1년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도 이번 사건을 내부 윤리위원회에 상정하고 대한의사협회에 별도의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신현영 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 윤리를 떠나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술실 사진 촬영 등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어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면허취소·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복지부에 요청하거나 내부 벌금, 경고조치 등이다.

J성형외과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해당 직원을 징계했다”며 “수술실 내 복장과 위생관리 감독을 엄격히 준수하고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권구성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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