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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것이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원조친박’으로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혜훈 전 최고위원조차 “박 대통령의 인식은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터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80∼90%를 넘어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각 부처의 주의를 촉구했다. 치솟는 주거비에 짓눌린 서민경제는 의류와 신발 구입을 줄이고 서랍 속에서 잠자던 동전까지 뒤져 소비하는 식으로 궁핍화하는 흐름이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의류·신발 지출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동전 환수율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소비성향을 집계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2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금고에서 은행 직원이 환수된 동전들을 정리하고 있다. 경제상황과 반대로 움직이는 동전 환수율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합뉴스 |
통신비 지출도 월평균 15만원으로 1.6% 감소했다. 통신비 지출 감소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소비지출 대비 비중도 5.9%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대로 떨어졌다.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2만8000원으로 0.6% 감소했다. 주류 지출은 늘었으나 금연 확산으로 담배 소비가 감소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모습. 최근 들어 전세가격이 주택 매매가격 대비 80∼90%를 넘어서면서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한편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우리나라의 화폐’ 책자를 보면 작년 말 동전의 누적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22.3%로 3년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2011년 말 21.8%에서 2012년 말 22.1%, 2013년 말 22.2%에 이은 상승세로, 작년 말까지 환수율은 2009년 말의 22.3%와 같은 수준이다. 나상욱 한은 발권국장은 “경기가 나쁘면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쓰는 만큼 집에 사장돼 있던 동전들이 은행을 거쳐 한은 금고로 더욱 많이 환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그러나 상승폭이 크지 않아서 경기와 연결지어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 1997년 말 16.7%였던 누적 동전 환수율은 1998년 말 26.9%로 치솟았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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