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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드라마 빛내는 조연들 '보는 맛 두배'

입력 : 2015-03-09 16:48:18 수정 : 2015-03-09 16: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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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 측근 이숙번으로… 100년 후의 정철로…
시대를 넘나드는 열연 시청자들 보는 맛 두배
이숙번(1373∼1440)은 태종 이방원의 최측근이었고, 이지란(1331∼1402)은 태조 이성계와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정철(1536∼1593)은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선조 때 서인의 영수였던 정치가였다. 길게는 100년 이상 생존 기간이 다르고 시대가 겹친다고 해도 관계했던 인물이 많이 다르다. 난센스에 가까운 퀴즈 하나.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배우 선동혁’이다. 선동혁은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이숙번을, ‘정도전’에서 이지란을 연기했고, 현재 방영 중인 ‘징비록’에서 정철역을 맡았다.

대하드라마 애청자에게 선동혁은 ‘베스트 11’이라 할 만한 배우다. 선동혁 말고도 이런 배우들이 있다. 조연으로서 극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기둥과도 같은 연기자들이다. 그들이 연기했던 역사 속 인물들을 따라가보는 것은 대하드라마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다. 

KBS 대하드라마에 종종 출연하는 중견 연기자들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재 방영 중인 ‘징비록’에 등장하는 선동혁, 이광기, 정태우, 임동진(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은 대하드라마 시청자에게 낯설지 않은 연기자들이다.
‘징비록’에서 고니시 유키나가 역을 맡은 이광기는 선동혁과 같이 직전 대하드라마였던 ‘정도전’에 참여했던 배우다. ‘정도전’에서 그는 하륜이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지략이 뛰어난 책사로 등장하며 비슷한 유형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방영된 ‘태조 왕건’에서는 후백제의 군주 견훤의 첫째 아들인 ‘신검’을 연기했다. 신검이 견훤의 몰락을 재촉한 아들이었다는 점에서 이광기가 최근 연기하는 대하드라마의 인물과 다른 캐릭터였다. 오랜만에 복귀해 윤두수 역을 맡은 임동진은 ‘사극 지존’으로 불리던 배우였다. ‘대조영’에서 고구려의 명장 양만춘을, ‘왕과 비’에서 세조를 연기했다.

이들이 연기한 인물들을 따져보는 것은 흥미롭다.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 실재했던 당대 거물들이 많고, 주변 인물과의 관계 혹은 드라마 속 신분의 변화가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이다.

‘징비록’에서 신분 변화가 두드러진 출연자가 정태우와 최철호다. 류성룡의 심복인 이천리역의 정태우는 ‘왕과 비’에서의 단종 등 왕이나 왕의 측근 역할을 주로 했으나 이번에는 천민이다. 최철호가 맡은 역은 서인의 주요 멤버인 백사 이항복으로 신하 중의 한 명. 그런데 최철호는 ‘징비록’과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불멸의 이순신’에서 선조역을 맡은 적이 있다. 정태우는 드라마 속 신분 추락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왕 역할만 하다 천민이 되어 오히려 자유롭고 재밌다”고 말했다.

선동혁이 앞서 ‘정도전’과 ‘용의 눈물’에서 연기했던 역할과 호흡을 맞췄던 다른 배우와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용의 눈물’에서 선동혁은 이숙번 역을, 이숙번의 주군인 이방원역은 유동근, 세종은 안재모가 맡았다. ‘정도전’에서 이들 세명은 같은 관계에 있는 꼭 한 세대 전 인물로 수직이동해 연기를 했다. 선동혁은 이지란이 되어 유동근이 연기한 이성계의 측근으로 분했고, 안재모는 세종의 아버지인 이방원을 연기했다.

이런 배우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제작진은 대하드라마의 특성과 그에 걸맞은 안정된 연기력을 이유로 꼽는다. ‘징비록’의 김신일 PD는 “대하드라마는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연기의 특성이 있다. 중후한 발성이나 안정적인 발음을 요구하고, 현대극 연기와는 톤도 다르다”며 “이런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캐스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사 속 다른 인물을 같은 배우가 연기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김 PD는 “선동혁의 경우 ‘정도전’에 이어 ‘징비록’에 바로 출연하지만 두 드라마의 방영에는 8개월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같은 시간대의 드라마에 한 배우가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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