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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중도 고인돌 문명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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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6 21:21:06 수정 : 2015-03-16 2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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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개발땐 유적 훼손 불가피
고조선 유적 원형 보존 대책 절실
사대주의나 식민사학은 항상 과거의 역사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역사의식으로서의 문제이다. 강원도 춘천 의암호 안에 위치한 중도(中島) 고인돌 유적지와 집터의 보존을 두고 지금 고고학계와 민간연구자들 사이에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고인돌 유적지인 것은 유네스코가 2000년 12월에 강화도를 비롯한 고창, 화순 등 고인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원전 3000∼3500년경 청동기 시대 묘제 및 의식유적으로 평가받는 고인돌 유적은 고창(사적 391호) 440여기, 화순(사적 410호) 500여기, 강화도(사적 137호) 120여기로 모두 1000여기가 넘고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 평론가
최근 춘천 중도유적지에서 고인돌은 물론이고 집터가 대량으로 발굴됨으로써 우리나라 한강 일대가 고대문명의 발상지임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고인돌 101기와 집터 917기, 비파형 동검, 청동도끼 등 청동기 시대의 유물은 무려 1400여점에 이르고 있다. 심정보 교수(대전 한밭대)는 “일본에서 네모진 환호(마을을 둘러싼 도랑) 계통을 중국에서 찾았는데 이번에 중도에서 발견됨에 따라 논문을 다시 써야 하게 됐다”고 중도유적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도유적은 당초 문화재위원회에서 91.7점(76점 이상이면 원형 보존)을 받아 압도적으로 원형 보존을 결정했는데 댐의 수위문제가 불거지면서 개발 쪽으로 뒤바뀌어버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댐 수위와 고인돌 유적의 높이와 집터의 위치 등에 대한 조작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도유적지의 데마파크 개발은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지난해 11월28일 첫 삽을 뜸으로서 시작되었는데 투자회사는 레고랜드라는 영국 장난감 회사이다.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 사업은 5011억원 투자에 129만1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도쿄에 가면 도쿄 디즈니랜드가 있다. 지금 도쿄 사람들이 제일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디즈니랜드를 허가해줌으로서 해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미국의 수입이 되어 국부가 유출되는 점이다. 선진국이라는 일본마저도 미국 자본주의의 희생이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석촌동 고분군으로 남아 있는 백제유적지도 60여기의 적석총(피라미드)이 남아 있었으나 80년대 개발 당시 대부분 훼손되고 그나마도 1500평만 보존하려는 것을 17000평의 유적지로 확대하여 오늘날 우리 고대문화를 세계에 과시하면서도 관광수입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레고랜드 개발예정지는 정부의 7개 유망 서비스산업에 들어갈 정도로 기대주로 부상되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이곳을 둘러보았을 정도였으나 사전 발굴과정에서 고인돌 등이 대거 출토됨으로서 현재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다. 지역산업을 창출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지방정치인들은 현재 개발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뜻있는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개발에 제동을 걸고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등 중도유적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문화재청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고인돌의 터의 높이가 주변 의암호 수위(댐 만수위)보다 50cm 낮아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되어 있고, 이에 따라 매장문화재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반면 민간의 조사에 따르면 주거지와 환호 즉 방호벽 자리는 수면보다 각각 70, 30cm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한편 민간조사에 따르면 주거지보다 1.2m 낮아 물에 찰 거라던 고인돌 터는 실제로 18.5cm(여섯 곳의 평균높이) 높다고 한다. 또 일부 고인돌의 하부구조가 1∼ 2m까지 내려가 수면보다 낮아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고인돌의 매장주체부, 즉 땅 밑의 깊이는 14cm에서 최대 77cm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여러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공정하게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적을 제대로 실측하고 진위를 가려야 한다. 감사원은 민간단체의 소청을 받아들여서 감사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며, 시민단체 ‘범대위’ 측은 ‘한강 중도문명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법률적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현재 중도 고인돌 유적은 이전을 위해 원상태가 훼손된 채 돌무더기처럼 보관되고 있으며, 벌써 고고학적으로 볼 때 유물의 보존과 과학적 처리를 위한 제반조치에 소홀한 것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중도 고인돌 유적은 현재까지의 성과로 보아도 28만여m²의 땅에 3000년 전 조상들 5000여명이 모여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형구 교수(선문대 석좌교수)는 “중도유적은 고조선의 실체를 알려주는 도시유적으로 현장에 그대로 보존하고 중도 전체를 유적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돌 유적이 설사 의암댐에 조금 (최악의 경우) 침수된다고 하더라도 현대의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유적을 옮기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는, 보다 적극적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더욱이 중도유적지가 아니더라도 ‘레고랜드 코리아’를 지을 대체장소(미군부대 이전부지)가 있다고 한다. 2000년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나 프랑스의 카르낙 열석을 제치고 한국의 고인돌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했듯이 중도유적지를 보호하고 세계문화유산에 추가로 등재하여야 할 것이다. 고인돌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고, 한국은 ‘고인돌 왕국’이다. 오늘의 우리가 자칫 잘못 생각하여 세계적인 유적지가 될 ‘한강유역 고대문명발상지’를 우리 손으로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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