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길가에 주저앉아 서로를 끌어안은 부자(父子)의 사진이 중국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사진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0년 전 하이난(海南) 성으로 이사 온 라오 니(39).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야 했다. 제일 처음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라오씨는 여기저기를 전전했고, 작년 5월에는 또 다른 건설현장에 출근, 40여명의 노동자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런데 라오씨가 새로 출근한 건설현장의 시공을 책임지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밀린 월급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게다가 라오씨는 정식 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며, 빚도 있었다. 들어오는 돈은 없이 나갈 곳만 많아지자 라오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라오씨에게는 두 살 난 아들이 있다. 그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려 했지만 이내 모든 걸 포기하고 생을 정리하자는 결심을 했다. 이후 린가오(临高县) 현의 한 다리로 이동한 라오씨는 난간에 올라 몸을 던지려던 참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시민들이 라오씨를 뜯어말렸다. 이들은 즉시 구조대에 신고한 뒤, 라오씨를 설득했다. 잠시 후, 현장에는 라오씨의 아내와 아들도 도착했다. 특히 라오씨의 아들은 어린 나이였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는지 마구 울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구조대에 설득당한 라오씨는 난간에서 내려와 길바닥에 주저앉고는 아들을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현지 경찰은 라오씨에게 월급 미지급과 관련해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식 계약서가 라오씨에게 없어 그가 나중에 밀린 월급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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