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진단을 받은 호주의 한 임산부가 최근 사망한 가운데 그가 제왕절개 수술과 화학치료 등을 위한 수혈을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임산부의 생명은 어쩔 수 없지만 태아만은 살릴 수 있었다는 게 여성을 비난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불행하게도 사후에 현지인들의 비난을 받는 여성은 시드니 출신이다. 그는 임신 7개월이던 당시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의료진이 임신사실을 이유로 제왕절개나 화학치료 등을 제의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임산부가 제왕절개와 화학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단 하나 ‘수혈’ 때문이다. 그가 수혈 과정에서 생길 문제를 고려해 거절한 것도 아니다. 여성의 평소 지닌 ‘종교적 신념’이 작용한 것이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남의 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수혈 거부는 백혈병 치료 무산으로 이어졌고, 뱃속 아기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죽은 아기를 뱃속에 품은 채 13일 뒤 숨졌다.
여성의 치료를 담당했던 키드슨-게르버 교수는 “숨진 임산부는 수혈 거부가 초래할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안타깝게도 여성의 수혈 거부로 인해 우리도 손 놓은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 법률도 여성의 행동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이 임산부의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설령 임산부의 결정이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말이다.
키드슨 교수는 “대부분 임산부는 뱃속 태아에게 득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게 당연하다”며 “여성의 생각은 분명 태아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혈 없이 화학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임산부는 결국 숨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드슨 교수는 “수명 연장을 거부하는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두 사람의 죽음이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산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록 그와 태아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시드니 대학교에서 윤리와 법 등을 가르치는 캘러건 교수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현행법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임산부가 내리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수혈을 부정적으로 봤던 임산부의 판단은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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