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孤雲) 최치원의 ‘범해’(泛海)라는 시다. 몇 해 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용해 더욱 유명하다. 12세에 당나라로 조기유학을 떠난 최치원은 17년간의 당나라 생활을 접고 귀국 길에 이 시를 썼다. 하지만 신라의 신분제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 어지러운 세상을 등진다. 시에서처럼 아마 신선을 찾아 구름처럼 떠돌았으리라. 그의 자취를 두고 예부터 사람들은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고 믿었다.
신선은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존재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초인(超人)이라는 인식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다. 진시황제나 한무제가 불사의 묘약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것도 신선이 되고자 하는 발로에서다. 일반인들 역시 도교의 신선도(神仙道) 수행을 통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최치원은 이를 몸소 실천, 실현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깨달음의 문화를 꿈꾸던 천손민족(天孫民族)이 아니던가. 삼신산(三神山: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으로 대변되는 생태적 낙원과 심기신(心氣身)의 통합적 생명관, 우주의 질서와 인간 내면의 질서를 연결하는 우주관을 품고 있는 우리나라다. 무엇보다 본래의 환경적 낙원과 인간적 깨달음을 되찾겠다는 복본(複本)을 추구한다.
류현민 한국전인치유연구소장·뷰티건강관리학 |
삼일신고에서는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의 실천으로 하나님에 이른다고 말한다. 지감은 감각을 그쳐서 마음을 조절하는 불교의 수련과 닮았다. 조식은 호흡을 고르고 기운을 조화롭게 한다. 도교적이다. 금촉은 몸 상태를 다스리는 것이다. 감각기관을 제어하여 행위를 바르게 하는 면에서 유교에 대응한다. 즉 지감, 조식, 금촉은 유·불·도를 포함하고 통합한다. 최치원은 풍류도를 수련하여 삼일신고에서 말하는 일신강충(一神降衷), 성통광명(性通光明),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현코자 하였다.
최근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페이팔의 피터 틸, 오러클의 래리 엘리슨 등 실리콘밸리 부호들 사이에서 수명연장의 꿈이 구름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신선놀음은 공통된 꿈인가 보다. 이들이 최치원이 살아 숨 쉬는 삼신산에서 건강 문화를 배워 가는 건 어떨까.
류현민 한국전인치유연구소장·뷰티건강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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