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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소년 구하려 '터번' 벗은 인도 男

입력 : 2015-05-18 10:24:16 수정 : 2015-05-18 13: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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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한 '시크교(Sikhism)' 남성이 교통사고로 쓰러진 소년의 출혈을 막기 위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다름없는 ‘터번(turban)’을 벗어던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각) 오전 9시쯤, 하만 싱(22)은 오클랜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하루 일과를 준비하던 중, 자동차 급정거시 발생하는 굉음을 들었다. 인도 출신인 싱은 뉴질랜드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놀란 싱은 바깥으로 뛰쳐나왔고, 그는 집앞 도로에서 자동차 한 대와 쓰러진 소년(5)을 연이어 발견했다. 차량 운전자는 소년을 붙잡고 어찌할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오렌지색 터번을 쓰고 있던 싱은 즉시 도로로 뛰어가 소년을 끌어안았고, 머리에 쓰고 있던 터번을 벗어 소년의 머리를 동여맸다. 소년의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싱은 소년 옆을 떠나지 않았다. 급정거음을 듣고 달려온 다른 주민들도 옆에서 싱을 도왔으며, 사고 소식을 접한 소년의 엄마도 이내 현장에 달려와 아들을 보고는 쩔쩔맸다.

소년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이 사는 동네는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특히 뉴질랜드 내 시크교도 사회도 싱이 ‘터번을 벗어 번진 행동’을 극찬했다. 종교적 신념이나 다름없는 터번을 벗었지만, 목적을 수단보다 중시한 싱의 생각이 백번 옳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싱은 “터번이고 뭐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며 “난 단지 사고현장을 발견했고, 도로에 쓰러진 소년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년을 도울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신께 감사했다”며 “다른 누구였더라도 분명히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싱은 “소년은 사고 직후에도 눈을 제대로 뜨는 등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며 “나와 함께 있을 때는 울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에 엄마가 도착하자 소년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싱을 도왔던 한 주민도 그의 행동을 칭찬했다. 주민은 “싱에게 터번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며 “아마 싱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현장에서 터번을 벗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싱의 머리에 아무 것도 없는 게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며 “소년의 머리를 받친 그의 터번을 보고나서야 싱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싱은 다른 사람의 눈에 터번을 미착용한 자기가 어떻게 비치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며 “그의 눈에는 피 흘리는 소년만이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크교는 인도의 구루 나나크에 의해 500여년전 처음 생겨났으며, 전세계 신도수가 2300만명에 달하는 세계 5대 종교 중 하나다.

시크교 신도들은 터번을 자기 생명처럼 생각하며, 이들은 깎지 않은 머리카락과 철팔찌, 단검, 빗 등을 항상 몸에 지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신도의 이름에는 수사자를 뜻하는 '싱(Singh)', 여성의 이름에는 암사자를 뜻하는 '카우르(Kaur)'가 들어간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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