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A씨가 보유한 38구경 권총과 K2 소총 실탄으로 모두 인명살상이 가능하다. |
지난 4월 청와대 외곽 경비를 맡은 경찰 202경비단에서 권총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을 분실했다가 되찾은 사고도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언제든 예견되는 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수십발의 실탄을 가지고 있다는 한 경찰관은 26일 “경찰장비규칙이 있지만 통제관으로 나온 청문감사관실 직원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격을 한다”며 “마음만 먹으면 한 세트(35발) 통째로 가져오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찰관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하지만 경찰의 실탄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면 이 규칙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총기 담당 경찰관은 “사격 훈련 시 통제관이 탄피 수량을 일일이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격 후 상부에 보고할 때도 탄피 개수 대신 전체 무게를 재기 때문에 사격 전후 실제 실탄 수량의 오차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실탄 보유 현황 등과 관련한) 감사에 대비해 실탄이 부족할 경우 다른 경찰서에서 빌려와 수량을 맞추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경찰의 실탄 관리는 1발만 없어져도 부대가 발칵 뒤집히는 군과 대조적이다. 이는 청와대 202경비단의 실탄 분실 사고 때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경비단 근무교대 과정에서 사라졌던 실탄은 뒤늦게 내부의 소원수리함을 통해 반납됐고, 두 달 뒤 언론보도로 알려지기 전까지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 보고 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실탄 납품업체 간 실탄 수령·반납 과정과 실탄·탄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로 유출된 실탄들은 아무렇지 않게 보관될 가능성이 크고, 불법으로 제작·유통되는 총기류 등에 사용될 경우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등 위험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내부적으로 실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향후 전수조사를 통해 실탄관리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태 조사와 함께 경찰이 실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처벌조항 및 관리규칙 등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