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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표적지를 볼펜으로… 사격군기도 뻥 뚫린 경찰

입력 : 2015-09-23 17:03:41 수정 : 2015-10-01 14: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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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지 않는 허위·대리 사격

사격훈련 중 실탄 분실이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마치 총알이 뚫고 지나간 것처럼 사격 표적지에 볼펜으로 구멍을 뚫어 대신 제출하는 ‘대리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사격훈련 규정 위반 사례를 적발했음에도 경고처분을 하는 데 그쳤고, 허위·대리사격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23일 “퇴직을 앞둔 수명의 경찰들이 사격을 하지 않고 담당자가 대신 볼펜으로 사격지를 뚫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공문서위조죄 등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앞서 이 경찰서는 분실된 실탄 36발 중 35발을 사격장 폐기물을 관리하던 고물상 업자의 신고로 되찾기도 했다.

경찰의 대리사격은 더 이상 낯선 게 아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3년간 사격 관련 경찰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3년 남대문경찰서에서 사격 평가를 담당했던 조모 경장은 휴가를 떠난 소속 경찰 2명에 대해 ‘불참’ 처리를 하는 대신 과거 성적을 입력했다가 경고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송파경찰서 소속 윤모 경사가 정례 기록사격 시 경위 2명에 대해 실제 성적보다 높은 점수를 입력해 경고처분을 받았다. 그는 총 3차례에 걸쳐 74점을 97점, 73점을 97점, 85점을 98점으로 허위 기록했다. 같은 해 종로경찰서 정례사격에서는 손모 경사가 동료 7명에게서 대리사격을 부탁받고 3회에 걸쳐 표적지를 2∼3장씩 겹쳐 쏜 뒤 제출했다가 경고처분을 받기도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직원들이 감독관을 맡기 때문에 별로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걸려도 봐주고 또 설사 문제가 된다 해도 경고처분 정도라 겹쳐 쏘기나 점수 위조는 쉽게 한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인식변화와 엄격한 징계를 촉구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무평점을 위해서나 귀찮아서 대리사격을 한다는 것은 경찰이 총기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우 의원은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등 경찰의 실탄 사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사격군기가 엉망”이라며 “보다 강력한 처벌과 실탄 관리 및 사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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