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 위치한 록히드마틴 생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F-35. 록히드마틴 제공 |
◆청와대, 어디에 중점 두고 조사하나
청와대가 방사청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대목은 2013년 차기전투기로 F-35A를 제안한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KF-X 개발기술 확보를 위한 절충교역(군수품 수출국이 수입국에 제공하는 기술 이전 등의 혜택) 협상 진행과정이다.
방사청은 당시 록히드마틴이 고성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RF Jammer) 기술을 각각 전투기와 체계 통합하는 핵심기술 4개를 미국 정부 정책상 한국으로 이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제안서에서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방사청이 록히드마틴을 사업자로 선정한 데 대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당시 F-35A와 근소한 경쟁을 펼쳤던 미국 보잉(F-15SE)과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은 이들 4개 기술과 체계통합 기술을 주겠다는 합의가 있었는데도 탈락시킨 바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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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F-X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 산출이 각 기관마다 제각각인데도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업체에 사업을 맡긴 과정도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F-X 사업은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전투기 개발을 천명하며 2015년을 개발 목표로 시작됐다. 그러나 2003∼2009년 네 번의 사업타당성 분석을 거치는 동안 사업이 지연됐다. 사업타당성 분석을 담당한 각 기관의 부정적인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다 2009년 방사청이 건국대에 의뢰한 사업타당성 분석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사업 추진은 다시 탄력이 붙었다.
◆‘호갱’ 역할하는 대형무기사업 언제까지
방사청은 KF-X 총사업비를 개발비(8조8000억원)와 양산비용(9조6000억원·추정)을 합해 18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군과 방산업계는 18조원에서 최대 30조원까지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보는 국민은 또 한번 군 당국에 큰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미국 무기 사면서 또 호갱(호구 고객이란 뜻의 은어)이 됐다”는 자조 섞인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사업이 답보 상태인 KF-16 성능개량사업도 마찬가지다. 방사청은 2012년 7월 노후화된 KF-16의 레이더와 컴퓨터, 무장체계 등을 교체하는 1조75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BAE 시스템즈 미국법인과 미국 정부를 사업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후 미 정부와 BAE 시스템즈가 리스크 관리 비용으로 각각 5000억원과 3000억원을 추가 요구해 ‘호갱’ 신세가 됐다. 방사청은 터무니없는 요구에 사업파트너를 록히드마틴으로 바꿨지만 그 사이 성능개량 시제기로 미국으로 보내진 KF-16 2대는 1년 4개월째 미군기지에 발이 묶여 있다.
공교롭게도 대형 항공전력 사업에서 록히드마틴은 우리 공군과 해군에서 사용할 항공기 314대를 담당하고 있다. KF-X 개발 120대, KF-16 성능개량 134대, 해상초계기(S-3 바이킹) 구매 20대, 차기 전투기 F-35A 구매 40대로 4개 전체 사업비 규모는 27조7900억원에 달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특정 군수업체와 300대가 넘는 항공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라며 “록히드마틴과 27조원이 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핵심 기술도 제대로 이전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업체에 사업이 쏠리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국제무기거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간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최대 고객은 한국으로 나타났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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