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로스앤젤레스(LA)다저스와 뉴욕메츠의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다저스 구장엔 고사리 손의 네 살 여아가 등장했다. 이날의 시구 주인공 엘라 애니어였다.
다저스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착용하고 앙증맞은 스커트 차림의 엘라는 NBA(미프로농구)의 전설적인 스타 매직 존슨의 손을 잡고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로 천천히 다가갔다. 시구 캐처는 유격수 지미 롤린스였다.
엘라는 고사리 손에 쥔 공을 힘껏 던졌다. 약 2m 정도 날아가 두 번 바운드되는 볼을 롤린스가 잡고서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5만 6천여 관중이 들어찬 스타디움에선 어느때보다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올시즌 다저스가 욱일승천의 기세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엘라(Ella The Great)' 덕분이기도 했다. 엘라는 다저스의 마케팅담당 부사장 앨리스타 애니어와 아만다 부부의 딸이다.
엘리스타 애니어 부사장은 지난 2월 어린 딸이 폐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엘라는 다저스 시즌이 시작된 4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총 7번의 '키모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도 받기 힘든 화학 치료를 네 살 꼬마가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엘라는 길게는 2주일씩 계속되는 고통스런 치료를 견디어 냈다. '위대한 엘라(www.ella-the-great.tumblr.com)'의 탄생이었다. 엘라가 용감하게 치료를 받는 동안 다저스도 강인한 투혼을 발휘했다. 엘라가 지난달 마지막 키모치료를 끝냈을 때 다저스도 드라마틱한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구에 앞서 다저스는 스타디움내 전광판을 통해 엘라의 스토리를 약 3분여간 소개했다. 구단 관계자는 "다저스가 지구 우승과 함께 여기까지 온 것은 엘라의 놀라운 투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의 시구를 엘라가 하는 모습은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엘라가 공을 던질 때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이 나와 격려해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22일 만 88세 생일 케익을 받은 라소다 고문은 다저스에서 20년간 감독을 맡는 등 66년째 다저스 맨으로 있는 살아있는 상징이다. 96년 감독 은퇴후 부사장을 거쳐 현재 고문직을 맡고 있다.
엘라는 최근 병원에서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엘라에겐 새 자전거가 생겼고 프리스쿨에도 갈 수 있게 됐다. 힘든 치료기간에도 블로그를 통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감동을 준 엘라는 시구 후 매직 존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나서 큰 소리로 '다저스'의 선전을 기원했다.
과연 다저스는 '위대한 엘라'의 소망대로 가을잔치의 마지막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뉴시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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