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이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되풀이하는 말입니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며 선제 대응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질 게 틀림없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가계 부채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귀전 경제부 기자 |
하지만 금융당국은 갑자기 은행의 준비가 덜 됐다며 가계부채 대책 시행 시기를 내년 3∼4월로 늦추기로 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성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호들갑 떨던 정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당국은 미국 금리 인상 시 이 대책이 시행되면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주택거래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 때문에 대책을 마련한 정부가 주택거래 급감을 이유로 든 것은 아무래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해서일 겁니다.
내년 1월부터 대출을 옥죄면 주택 매매가 줄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이 하락하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겠지요.
내년 4월에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집니다. 과연 가계대책 시행 연기와 총선 시기가 겹치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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