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형 발사체는 계획대로 완성해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항우연은 세계적으로 시장이 급성장 중인 무인비행기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세계에서 두번째로 원천기술을 획득한 무인기 ‘틸트로터’의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10년에 걸쳐 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무인기 틸트로터 개발에 성공해 상업적으로 쓰일 일만 남았다”며 “이미 기술 상당부분을 대한항공에 이전했으며, 항우연은 앞으로도 보완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 진도는.
“이제 기술적으로 극복하지 못해 연구에 굉장한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한국형 발사체는 결과를 손에 쥐고 하는 그런 부류의 연구가 아닌 도전적인 과제인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핵심인 엔진을 우리 기술로 개발해야 하는데, 연소가 매우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불안정연소가 이뤄지면 그 엔진은 쓸 수 없다. 그걸 연소 불안정성이라 표현한다. 그동안에는 연소 불안정성이 자꾸 일어나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엔진 연소실험에서 나타난 트렌드를 보면 괜찮지 않겠나 싶다. 아시다시피 한국형 발사체는 3단형으로 구성된다. 1단은 75t급 액체 엔진 4기가, 2단은 75t급 액체 엔진 1기가, 3단은 새로 개발하는 7t급 액체 엔진 1기가 각각 쓰인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지난 8일 실험한 결과 7t급 엔진은 100초 동안 안정적인 연소를 지속했다. 현재 매달리고 있는 75t급도 5초 연소에 성공했다. 연소 불안정 유무는 분사 후 1.5초 정도에 결판나기 때문에 그동안 각고의 개발작업을 통해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을 뺀 구조체, 유도제어 전자, 발사장 기술은 나로호 발사를 통해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그래서 엔진만 개발하면 한국형 발사체는 성공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개발 계획서를 작성했었다. 엔진의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머지 분야에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구조체를 가볍고 강하게 만드는 일도, 유도제어를 통해 발사체가 제대로 날아가게끔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다만 이미 나로호 발사 때 쌓은 기술이 있으니 한국형 발사체에 맞게끔 적응시키고 체계 종합을 한다면 무리는 없다고 본다.”
―엔진의 불안정연소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엔진에 불안정연소가 발생하면 폭파되는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발작업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연소 불안정 현상은 액체 로켓이 개발되기 시작한 1930년대부터 발견된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아직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끼리는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그만큼 해석학적으로 그 원인을 밝히기 쉽지 않다는 말인데, 근원적인 제거가 불가능하다. 불안정연소가 나타나면 최악의 경우 설계를 바꿔 새로 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데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발사체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전체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발사체 엔진 개발은 기술에 더해 개발 경험과 노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0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달 탐사는 우주기술의 빠른 발전을 이끄는 계기이자 더욱 먼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달 탐사능력은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비롯한 국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달 발사체를 가진 국가지도자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진다고 하지 않느냐. 국민의 72%가 달 탐사 예산 투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 성원은 관련 기사에서 댓글로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SNS에서는 ‘좋아요’가 수백건씩 붙는데, 발사체 개발에 따른 중압감으로 공황장애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와 불안이 큰 연구원들에게 큰 힘이 된다.”
―무인기 개발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나.
“틸트로터는 이미 기술을 이전 중이고, 용도를 넓혀 민간기업과 손잡고 더욱 다양하게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 대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 태양에너지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도 개발하고 있다. 이 태양광 무인기는 지상 12㎞ 이상의 성층권 고도에서 장기 체공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관측한 지상정보를 전달하거나 통신을 중계해 인공위성을 보완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선진국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인 미래분야다. 항우연은 2010년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해 올해는 14.12㎞의 최고 상승 고도에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일반 항공기가 도달할 수 없는 성층권에서 짧게는 수주일, 길게는 수개월간 머물면서 환경재난이나 교통, 국경을 감시하고 기상을 관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위성을 활용한 GPS 내비게이션은 오차범위가 1m 정도로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어느 차선을 달리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이런 기술수준에서는 자율주행차를 구현할 수 없다. 항우연은 위치정보 보강을 통해 오차범위를 10㎝로 낮추고자 한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산업체에 스며들게 할 것이다. 산업체에서 이를 활용한 좀 더 정밀한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자율주행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대담=김기동 산업부장
●1959년 경남 의창 출생●경신고 ●동국대 전자공학과 학·석·박사 ●천문우주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형로켓개발그룹장 ●〃 액체추진과학로켓 사업단장 ●〃 발사체연구부장 ●〃 발사체사업단장 ●〃 발사체연구본부장 ●〃 나로호발사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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