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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과 여’ 전도연… 배우, 엄마, 그리고 굿와이프

입력 : 2016-03-05 15:10:47 수정 : 2016-03-05 15: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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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대한민국의 여배우에서 ‘칸의 여왕’으로 거듭난 지 벌써 9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당시 엄청나게 쏟아진 국민적 관심 속에서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란 타이틀에만 매몰되면 안 되겠다며 곧바로 충무로에 돌아와 작품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전도연은 일 년에 한두 편은 꾸준히 하는 꽤나 부지런한 톱 여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달 25일 그녀의 새로운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가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핀란드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낯선 남녀의 운명적인 끌림을 그린 영화다. 사랑이란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낼 줄 아는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다, 전도연과 공유라는 엄청난 조합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인 건 분명하지만, 겉으론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비록 가정이 있는 남녀의 사랑, ‘불륜’이라 불리는 사랑이지만 말이다. 이는 영화적 허용이 성립되는 테두리 안에서 남녀간의 사랑을 순수하게 그려내 보고 싶었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무엇보다 ‘남과 여’ 속 전도연이 연기한 ‘상민’은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감정과 과오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전도연이란 배우가 입은 상민이란 캐릭터는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강렬했고 근사했다.

여배우가 보기에도 이 영화는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의 배우에게 흔치 않을 기회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도연이기에 시작됐고 가능했던 영화가 바로 ‘남과 여’였다.

“김동영 촬영감독님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워낙 많으셨던 것 같아요. 영상을 보면서 저 역시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어디까지나 감독님이 잘 찍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 앞으로 좀 바빠지시겠어요.(웃음)”

그런데 그게 어디 영상기술만의 힘이었으랴. 전도연과 공유이기에 가능한 완벽한 조화가 2시간 영화를 꽉 메웠다. 전도연은 이미 여러 차례 “공유씨가 출연할 줄은 몰랐다”고 말해왔던 터다. 두 사람이 설원에서 싹틔운 사랑은 겨울의 끝자락 관객들의 마음을 스르르 녹게 만들 만큼 뜨거웠다. 그런데 이 작품, 촬영을 끝내고도 꽤 오랜 시간(1년여)이 흘러서야 스크린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홀가분하게 새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사실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지 10년은 됐어요. 사실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멋진 하루’ 함께하신 이윤기 감독님이 메가폰을 든다는 소식을 듣고 감독님이 이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실지 너무 궁금한 거예요. 공유씨도 인터뷰에서 저 때문에 출연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 친구도 그 지점이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핀란드에서의 로케이션은 꽤 힘든 작업이었다. 핀란드하면 누구나 설원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막상 제작진과 배우들이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눈이 별로 없었다고. 이에 제설기까지 동원해가며 눈을 만들어가며 찍어야 했단다. 그런데 전도연은 그곳에서 굉장히 낯선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함께 간 동료끼리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에서의 촬영은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많이 예민해져 있기도 했고. 시작과 끝을 그곳에서 찍고 다시 한국에서 중간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죠. 핀란드에서는 우리가 무슨 장면을 찍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단편적인 부분만 촬영했거든요.(웃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없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불륜을 부추기거나 조장하고자 만든 영화는 아니니까. 영화를 찍으며 상민의 첫사랑은 기홍(공유)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택시신에서 오열할 때 그 마음이 터져 나온 거죠. 상민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도 달고 사는 여인이에요. 상황적으로 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없었고, 핀란드에서 기홍을 만난 거죠. 정신과 의사인 남편이 있긴 하지만 상민을 아내가 아닌 환자로서 대한다는 느낌도 받았거든요.”

전도연은 “이 사랑이 옳다”가 아닌 “이런 사랑도 있다”란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실에서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자고 외칠 뜻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에 동의가 됐다는 거다. 오롯이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자는 게 전도연과 공유의 마음이었다.

그녀는 배우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살아가는 매우 바쁜 ‘워킹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 후 노출이나 베드신을 일부러 피해 다니지는 않았다. 전도연은 배우로서의 삶과 여자로서의 삶을 철저히 분리해 살아왔다.

“배우로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선택하는 게 물론 쉽지는 않아요. 혼자였을 때보다 선택의 무게가 분명 더 커졌죠. 가족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멜로는 늘 꿈꾸는 장르예요. 그런데 ‘또 할 수 있겠어?’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자신 없어요. 20대 때부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약속’ ‘너는 내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를 꾸준히 찍어왔죠. 지금은 40대가 됐고, 더 잘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제가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꼭 붙잡고 싶게 돼요.”



오랜만에 그에게서 ‘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일 때는 영락없는 ‘초보 학부모’다. “8살이면 아직 어린애인데도 엄마랑 이야기가 되는 수준”이라며 딸과의 대화는 무척 즐겁다고 했다. 딸이 엄마의 직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버스 광고에 엄마 얼굴이 나오면 그렇게 신기해하더라고요. 딸아이랑 얼마 전 ‘쿵푸팬더 3’를 보러 갔는데, 이 영화(남과 여) 예고편이 나오더라고요. 그나저나 이 영화 ‘19금’인데 왜 나왔을까요? 아마 엄마들 보라고 그런 것 같죠?(웃음) 어찌 됐든 그때 딸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끼죠.”

혹시 딸에게 ‘엄마 이런 사람이야’ 보여주고 싶었을까. 전도연은 2005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왜 드라마인지’ 물으니 스스로 가벼운 배역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는 7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 캐스팅됐다.

“인터뷰할 때마다 드라마는 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는 했어요. 다만 인연이 안 닿았을 뿐이죠. 처음엔 미드 원작인지도 모르고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엄청 설레요. 요즘은 드라마 현장에 쪽대본도 별로 없다면서요?(웃음) 영화와 달리 많은 이야기와 깊이가 있음에도 가벼운 분위기가 신선한 충격이나 자극처럼 다가왔어요. 변호사 역할이라 영화 홍보 마무리하면 곧바로 공부 들어가려고요.”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려나가고 있는 전도연에게 오랜 시간 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더니 “감사할 따름”이란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여배우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솔직한 생각도 숨기지 않았다.

“연기하고 싶어도 시나리오가 없다면 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제가 계속 참여하고 싶은 작품들, 시나리오가 들어와 줘서 감사하죠. 다작(多作)이요? 물론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남자배우들의 경우엔 회사에 출근하듯 현장에 나가고, 향후 작품이 몇 편까지 예약된 경우가 많은데, 여배우들의 사정은 그렇지만은 않아요. 한 마디로 부러울 따름이죠. 여배우들도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여건, 시나리오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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