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 ‘리턴 투 센더’의 장점은 주인공 미란다(로자먼드 파이크)가 자신의 복수 계획을 주변의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천천히 수순대로 밟아 나간다는 것이다.
타고난 외모와 패션 감각, 그리고 한 군데도 빠지지 않는 커리어까지 미란다는 완벽한 외과 간호사다. 휴일 이른 시간에 불쑥 찾아 온 한 남자를 절친이 다리 놓은 소개팅남인 줄 알고 아무런 의심 없이 문 열어 주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성폭행을 당한다. 범인은 곧 체포되지만 전과는 달라진 일상에 좌절하고 만 미란다는 수감된 범인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편지는 범인의 수신거절 탓에 꾸준히 반송되어 돌아온다.
피해자인 미란다가 범인에게 직접 편지를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은 곧 다가올 섬뜩한 공포를 예견하며 가슴 졸인다. 미란다는 결국 자신의 뜻대로 범인으로부터 답장을 받게 된다. 편지를 주고받던 미란다는 직접 교도소를 찾아가 범인과 면회한다. 현실 속 우리 주변의 피해자라면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어 가석방된 범인에게 집수리까지 맡기며 자신의 아버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보여준다. 이는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2014년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외도한 남편에게 전율의 소시오패스 복수 연기로 영화계를 뒤집었던 로자먼드 파이크의 두 번째 스릴러다. 미란다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모습의 캐리어우먼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흘리면서 먹는 걸 보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어 하며, 공중전화를 잡기 전에는 휴지로 먼저 닦아야 하는 것은 물론 펜도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것은 쓰지 못할 만큼 결벽증에 가까운 강박증세를 보인다. 영화는 심상치 않은 그의 성격을 드러내주며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암시와 함께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범인에게 편지를 띄우고, 범인의 목소리조차 떠올리기 싫어하는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과는 달리 직접 찾아가 면회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등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미란다의 행동은 소시오패스의 진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낸다는점,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범죄의식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울기라도 할까 봐? 하느님, 왜 접니까 하면서? 난 그런 여자 아니야.” 영화의 주제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숨겨두었던 본능을 드러내는 인간의 모습을 천천히 포착해낸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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