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밀리고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의 법안 공세를 막으려면 국회선진화법에 기대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법 개정 당론에 변경이 없다”고 개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18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소수당이 몸싸움으로 막는 병폐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19대 국회에선 날치기, 의사당 폭력이 사라지고 정부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처리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대신 여야 합의가 어려운 쟁점 법안 처리는 하염없이 늦어졌다. 현재 국회 계류된 법안이 1만건이 넘고, 정부·재계가 입법을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발의된 지 3년9개월이나 지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재적 5분의 3이상’인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을 과반수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식물국회’ 폐해를 감안해서다. 새누리당은 천재지변과 국가비상 사태,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로 제한된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 요구’를 추가했다. 이런 방향으로 국회법이 개정되면 20대 국회에선 과반 정당이 없는 만큼 3당 합의가 안 되는 쟁점 법안의 경우 새누리당이 두 야당 가운데 한 당과 법안 연대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두 야당끼리 법안 처리를 시도할 수도 있다.
여야 간 대화, 합의 정치가 가능하다면 국회선진화법을 손댈 이유가 없다. 19대 국회는 그러나 막무가내식 법안 제동, 양당 간 주고받기식 법안 거래 관행을 남겼다. 20대 국회가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5분의 3 조항’이 국회 파행에 악용되지 않도록 선진화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나쁜 전례를 만든 19대 국회의 과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