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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또 당첨금 나눌 맑은 영혼 찾아요" 4억 뜯은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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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6 13:57:23 수정 : 2016-04-28 17: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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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시로 로또에 당첨돼 보시할 사람을 찾고 있다.”

이모(53·여)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강북구의 같은 동네에 살며 알고 지내 온 유모(53·여)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신의 은덕으로 복권에 당첨돼 당첨금 수십억 원을 혼자 다 쓰면 가족이 죽거나 피해를 보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만 복이 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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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이씨의 거짓말은 이어졌다. 이씨는 유씨에게 “영혼이 맑다고 신이 계시하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당신이 적임자인 것 같다”며 “조상을 모시는 성의를 보이면 당첨금 중 10억원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일종의 십일조처럼 신기가 있어 신주를 모시고 있는 자신을 매개로 조상신에게 성심을 물질적으로 표현하란 설명이었다. 유씨는 ‘이씨에게 주는 돈은 신에게 성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이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6월까지 유씨로부터 56차례에 걸쳐 4억1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교통비 명목으로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00여만원을 가로챘다.

10억원을 주겠다던 이씨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유씨가 ‘로또에 정말 당첨된 게 맞냐’, ‘이 정도 성의를 보였으면 10억원을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묻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씨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유씨는 결국 경찰서에 이씨를 고소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최용훈)는 26일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로또에 실제로 당첨된 적이 없었다. 그의 사기극은 무속 신앙을 믿는 유씨 같은 중년 여성을 노린 전형적인 범행이었다.

박진영·김건호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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