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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차, 코리아 간판 전기차 기대 … 광주시는 투자유치 '윈윈'

입력 : 2016-05-13 18:58:44 수정 : 2016-05-13 23: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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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본격 투자절차 … 어떻게 손 잡았나
지난 2월 15일. 서울에서 광주행 KTX를 타고 오던 광주시 손경종 자동차산업과장은 손꼽아 기다리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손 과장은 전날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중국 구룡차 임원진에게 광주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 현황 등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내려오던 길이었다. 광주의 전기자동차 사업에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구룡차 린취안훙 총경리(국제부 사장)가 광주에 한번 내려가겠다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손 과장은 “눈물나도록 고마웠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 전화 한 통이 중국 자동차 회사가 광주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전기가 됐다. 이후 한 달 만에 광주시와 구룡자동차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투자절차를 밟고 있다. 구룡차의 투자로 광주의 역점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광주시 투자유치 방문단이 최근 중국 구룡차 본사를 방문해 전기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시 제공
◆중국은 ‘메이드 인 코리아’, 광주는 투자유치… 찰떡 궁합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20만3357대로 전년보다 35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3025대)의 67배에 달한다. 중국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보조금 지급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때문이다.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가 한국 투자에 문을 두드린 것은 5년 전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자동차 선진기술의 접목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시기였다. 구룡차도 이때부터 일본과 경기 평택, 울산, 군산 등 한국 자동차공장을 중심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내륙도시로 항구가 없는 광주는 수출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당초 구룡차의 투자지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구룡차도 이때부터 광주를 예의 주시했다. 관계자들이 광주를 방문해 공장 건립 여건과 기술력 등 기반조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룡차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광주시의 전략이 먹혀들어갔다. 광주시는 구룡차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생산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구룡차는 이미 ‘메인드 인 차이나’로는 동남아와 세계 전기차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린 상태였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해외공장 설립에 나선 데는 메이드인 차이나 브랜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차량 부품의 51% 이상을 한국산으로 사용할 경우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판매가 가능하다. 기아차공장이 있는 광주는 전기차 생산에 중요한 차체와 새시를 납품하는 부품업체가 많은 데다 기술력도 탄탄하다. 광주시는 구룡차에 광주 공장을 건립할 경우 곧바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룡차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자동차 안전기준과 환경부 전기자동차 시험평가 등의 인증을 거쳐야 한다. 광주시가 분야별 전문가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전방위적으로 이 같은 인증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구룡차의 광주 투자는 급물살을 탔다.

광주시의 맞춤형 투자 전략에 구룡차는 결국 지난 3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 내용을 보면 단순한 구두약속만은 아닌 것 같다. 청사진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는 완성차와 부품공장을 세운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국내에 대규모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룡차는 2017년 15∼18인승 전기승합차인 E6 2000대 생산을 시작으로 2020년 2만대, 기타 차종 8만대 등 모두 10만대까지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동남아의 관광투어용 승합차로 수출할 계획이다. 메이드인 코리아 브랜드로 동남아 전기승합차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석이다. 구룡차는 다음달까지 구룡차 한국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광주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차 정보 달라… 별로 영향 없다” 신중모드

광주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사업은 3450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자동차산업 전용 국가산단과 친환경자동차 부품단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공약사업이다. 당초 기아차 광주공장의 62만대 생산체계를 100만대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광주시는 단순히 100만대의 숫자보다는 광주를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생산기지로 만드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 같은 점에 초점을 둔 이 사업의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

이번 구룡차의 광주 공장 유치로 관심이 쏠린 곳은 현대기아차다. 광주시는 현대기아차가 광주공장에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자동차 100만대 조성사업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자동차밸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현대기아차 임원을 지낸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위원장에 앉히는 데 공을 들였다. 정 위원장이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의 인연을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광주시는 현대기아차의 광주 투자 걸림돌로 고임금과 노사분규를 판단하고 연봉 4000만원짜리 근로자 제공과 노사 무분규 제도화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 2년간 광주시의 러브콜에 한 번도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광주시는 현대기아차에 구애를 하면서도 중국 자동차 회사와 접촉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했다. 그 결과 구룡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구룡차 투자 방법과 투자금액 파악에 나서는 등 동향파악에 적극성을 보인 게 이전과 좀 다를 뿐이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구룡차 투자계획이 나오자 현대기아차쪽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며 “자료를 줬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구룡차의 투자가 실현되더라도 기아차 생산과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구룡차의 광주 투자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며 “전기차와 엔진차의 영역이 달라 구룡차가 들어와도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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