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른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었던 것만은 기억한다.
다른 길냥이 새끼들의 성장 과정을 고려해 봤을 때 넉넉잡아 6년은 살지 않았나 싶다.
6년을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은 3년이다. 그것도 좋게 봐줘서 이 정도 산다는 거다.
일반 고양이의 평균 수명 15년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기껏해야 그들의 5분의 1 가량만 사는 셈이다.
어미 길냥이는 보통 한 번에 새끼 6~7마리를 낳는다. 그중 살아남는 새끼는 기껏해야 1~2마리 정도다.
나머지는 영양실조나 질병으로 태어나자마자 죽거나 제대로 먹지 못해 어미의 마른 젖만 빨아대다 세상을 뜬다.
우리 종족도 인간만큼이나 모성애가 강하다. 척박한 환경 탓에 제대로 된 산후관리를 하지 못할 뿐이다.
어떤 어미는 싸늘하게 식은 새끼의 사체를 품은 채 며칠 동안 꼼짝도 않다가 인간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제대로 된 음식 섭취는 물론 깨끗한 물 한 방울 핥기도 어렵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굶주림에 지쳐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봉투 주변이라도 어슬렁거리면 인간들이 달려 나와 쫓아내거나 지자체에 신고해 잡혀가게 한다.
케어라는 한 동물단체의 조사를 살펴보면 혐오성 학대를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이 바로 우리 길냥이다.
부산·경남 일대에서는 어떤 인간이 보양식 재료로 팔아넘기겠다며 우리 동족 600마리를 잡아다 도살하기도 했다.
일부 길냥이는 뚱뚱한데, 염분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이 퉁퉁 부어오른 것이다.
이런 길냥이는 몸무게가 9㎏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5㎏도 안 된다.
이 불쌍한 길냥이들 대부분은 몇 달 안에 죽는다.
길냥이들은 개처럼 보호소에 들어가 보살핌을 받다가 새 주인을 찾는 행운도 없다.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우리 동족들은 유기동물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 동족들은 보호소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다만 생후 3개월 미만인 새끼는 어미와 떨어졌을 경우 보호소에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 위탁 보호소로 인력난에 허덕여 새끼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새끼들은 2시간마다 우유를 먹고 배변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떤 보호소에서는 새끼 길냥이들이 들어오면 그 즉시 안락사시켜 버리기도 한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동물단체에서는 새끼 길냥이를 발견했다는 제보전화가 오면 '데려가서 키우든지 그냥 거기서 편안하게 죽게 하세요'라고 답을 해준단다.
새끼를 기르는 것만 아니라 번식 과정도 골치다. 전국에 길냥이가 100만마리나 있다 보니 인간들이 우리 번식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길냥이 개체 수를 조절한답시고 '고양이 중성화(PNR)' 운동을 몇몇 단체에서 벌이고 있다.
이 수술을 하면 길냥이는 발정기에 오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고 적정 개체 수도 유지해 인간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중성화 수술은 포획업자, 수의사, 공무원 3자 간 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포획업자가 길냥이를 잡고 수의사가 수술하면 공무원은 서류상 결재를 한 뒤 비용을 지불한다.
포획업자는 길냥이를 유인하는 데 쓸 음식값이 아까워 썩은 고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의사들도 고정수입을 바라고 중성화 사업에 입찰하는 경우가 꽤 있다.
암컷 길냥이의 경우 개복을 한 뒤 난소와 자궁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수술한 암컷 길냥이를 하루 만에 밖으로 보내버린다.
중성화 수술을 한 길냥이의 한쪽 귀는 끝을 잘라 평평하게 만든다. 수술을 했다는 표시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이렇게 한쪽 귀가 잘린 길냥이들 중 임신을 하거나 새끼를 낳고 기르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하지 않고 귀만 자른 뒤 공무원으로부터 돈을 받아먹는 것이다.
길냥이들은 이렇게 죽을 때까지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끔 마음씨 좋고 똘똘한 '캣맘'을 만나 호의호식하는 길냥이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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