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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빚만 떠안은 부모들 "그래도 자식 기다린다"

입력 : 2016-09-15 19:10:05 수정 : 2016-09-19 1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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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거액 빚 떠넘기고 발길 끊은 매정한 자식들
#1. 충북 제천에 사는 박모(78)씨 부부는 이번 추석도 단둘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40여 년간 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해가며 대학 공부까지 시키는 등 금지옥엽으로 키웠지만, 매정한 아들은 6년 전 연락을 뚝 끊어버렸다. 박씨 부부는 온갖 정성을 아들에게 다 쏟아부었다. 물론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극진한 보살핌의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아들이 부모 명의로 은행 대출 등을 얻어 쓰고는 큰 빚만 떠안긴 채 발길을 아예 끊었기 때문. 어렵게 아들의 소재지를 알아내 우편물을 보내면 어김없이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됐다. 계속되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기본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해진 부부는 결국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신세로 전락했다.

#2. 강원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혼자 사는 김모(71)씨는 남매를 뒀지만, 외지에 나간 뒤 왕래가 끊겼다. 늙고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툭 하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얼마 전에도 1주간 홀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 적적함을 달래주는 TV와 매일 반갑게 맞아주는 자식 같은 강아지가 '유일한 가족'이다.

#3. 충남의 작은 마을에 사는 이모(89)씨 역시 찾아오는 자녀가 없다. 그간 믿었던 아들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이따금씩 들러 시나브로 땅을 처분해 간 뒤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남도 아닌 내 자식이 돈이 필요하다는데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면서도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끊을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명절이다.

환한 보름달 아래 온가족이 고향 집에 둘러앉아 그동안 못다 한 정(情)을 나누는 민족 최고의 명절이다.

하지만 찾는 이 없이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이다. 특히 외로운 명절을 맞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난 것은 자녀 수 감소와 경기 침체 등 외적 요인의 원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1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홀몸노인 인구는 144만명으로 추산된다. 2010년보다 36.6%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 인구 중 13.5%, 노인 인구 중 21%를 차지하고 있다.

홀몸노인 가운데 자녀 왕래도, 돌봄서비스 혜택도 없이 '외딴섬'처럼 홀로 지내는 노인이 지난해 이미 74만명을 넘어섰다.

대가족이었을 때는 설령 형제들 중 1~2명이 못 와도 다른 형제가 부모를 찾았지만, 한 둘만 낳는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도 안 좋다 보니 용돈과 변변한 선물조차 준비 못 한 채 빈손으로 고향 집에 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가치관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명절에 부모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옅어진 것이다. 또 부모와 자식 관계가 남남처럼 완전히 단절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폭력이나 이혼 등으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경우 부모에 대한 자녀의 부양 의무감이 희박하기도 하고, 금전 문제 등으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죄책감에 차마 찾아가지 못하는 자녀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위한 기본소득 보장과 함께 사회관계망 확충 지원 등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가족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일일이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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