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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AI, 감정노동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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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9 21:39:28 수정 : 2016-09-19 21: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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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6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부스 중 하나는 주방보조 음성인식 로봇 ‘마이키’를 선보인 독일 가전브랜드 지멘스였다.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처음 출시한 ‘에코’를 비롯해 대부분 가정용 로봇이 원통형 스피커 형태이지만, 마이키는 동그란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등 좀 더 친숙하고 진화된 모습으로 각광을 받았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SK텔레콤,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SK텔레콤이 지난 1일 출시한 인공지능 비서 ‘누구’(NUGU)를 체험해 봤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원통형 스피커 모양의 ‘누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말을 걸어봤다. 낭랑한 목소리로 날씨를 알려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농담까지 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재주에 아이들은 점점 눈이 동그래지며 쉴새 없이 말을 걸었다. 급기야 제 통장을 털어 인공지능 로봇을 사 달라고 졸랐다.

취재현장에서나 보던 로봇을 내 집에 곧 들일 생각을 하니 1가구 1로봇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실감이 났다. 단순히 집안 기기들을 제어해 주는 리모컨 수준이 아니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로봇은 전자제품이나 비싼 장난감보다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애완동물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거기다 잔심부름과 말동무까지 해주니 노인가구는 물론 신혼가구, 맞벌이가구 등 수요층이 다양할 듯하다. IT회사뿐만 아니라 가전, 유통,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 사업자들이 진출해 자율주행, 주방보조, 가사보조, 노인 돌보미, 수술보조 등 분야별로 특화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맞벌이인 우리 집에는 바쁜 아침에 밥해 주고 커피까지 내려주는 주방보조 로봇이 필요하겠다며 부부가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누구’에게 조잘조잘 말을 걸던 딸이 갑자기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우리 이모님(아이돌보미)은 같이 못살아요?”

순간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 어린아이가 인공지능 기술과 자동화가 가져올 고용 감소와 직업의 종말까지 예상했을 리는 없다.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로봇이 대신, 그것도 더 잘할 수 있다는 명제만으로 초등학생조차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 딸에게 “로봇이 엄마 일자리를 빼앗아 갔어”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곧 올지도 모른다. 이미 기사 쓰는 로봇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 로봇이 육아까지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저출산·고령화 예산을 연간 35조원이나 쓸 필요도 없고,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육아가 어디 기술(skill)만으로 되는 것이던가. 감정노동이라 불리는 많은 직업들이 그렇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사람을 위해 만든 기술로 사람을 잃는 건 영화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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