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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정신 질환자의 안락사 허용 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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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0 14:49:32 수정 : 2016-10-20 14: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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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환자 안락사 허용 여부 두고 유럽 논란 중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치료 가능성이 있는 정신 질환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생명 경시 풍조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벨기에 안락사 평가 및 통제 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벨기에에서 안락사 사망 인구(3950명) 중 124명이 “정신 질환 및 이상 행동”을 이유로 합법적인 자살이 허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2~2013년 대비 4명 증가한 것인데, 안락사로 인정된 정신 질환 종류로는 우울증이 39명, 치매가 29명, 신경증과 자폐증이 5명씩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가능성이 없는 불치병이 아님에도 안락사가 폭넓게 허용된 셈이다.

네덜란드 역시 정신 질환을 이유로 안락사가 허용된 경우는 2010년 단 2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56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네덜란드는 지난 5월 성적 학대를 당한 20대 여성에 대해 치료 거부 반응이 나타나고, 만성 우울증이 이어진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하기도 했다.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이처럼 치료 가능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자살을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안락사 문턱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불분명한 이유로 20~30대 정신 질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의사들이 “환자 치료”라는 원칙을 저버린 채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에서는 정신과 전문의 등 65명이 정신 질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정신 질환에 이은 갑작스러운 자살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안락사가 오히려 환자를 위하는 길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파울란 스타케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은 고통만 줄 뿐이지만 정신 질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이들은 좋은 추억과 함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세계정신의학협회는 현재까지 정신 질환자에 대한 안락사에 대해 ‘권고하지 않음’ 수준으로 대응해왔다”며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허용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년까지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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