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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김영란법 두 달…교수 선물·논문 거마비 뿌리뽑힐까

입력 : 2016-11-28 19:55:34 수정 : 2016-12-01 1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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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대접·심사비 뿌리깊어 / 직무관련 인정돼 제재 대상 해당 / 학생들 “안했다 찍힐라” 불안 토로 / 명확한 지침 등 규제책 마련돼야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4학기째 음악 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A(25·여)씨는 지도 교수 선물 구입비로 보통 1년에 50만원 넘게 쓴다. 스승의 날과 교수 생일뿐 아니라 연주회 등 각종 행사가 있으면 최소 10만원씩 걷는 게 관행이다. 졸업 연주회를 할 때는 심사를 맡은 교수들에게 줄 선물을 별도로 준비한다. A씨는 “조교실에서 연주회를 앞둔 대학원생들에게 ‘김영란법’에 걸리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공지했다”면서도 “워낙 오래된 전통이라 ‘나만 (선물을)안 했다가 찍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수선한 대학가가 적지 않다. 특히 교수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사제 간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더 은밀하게 고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는 기류다. 이 때문에 정부나 대학 차원의 뚜렷한 후속 조치가 눈에 띄지 않아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원생과 지도 교수, 논문 심사위원 간에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권익위는 ‘Q&A 사례집’에서 “석·박사 논문 심사를 받는 학생이 심사 위원인 교수에게 숙박비나 식비, 여비 등을 주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해당 교수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학원생들은 이를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경계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B(25·여)씨는 “어떤 교수는 대놓고 ‘그간 학생들이 돈을 모아 선물했는데 이제 정해진 한도(5만원) 안에서 선물을 각자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차라리 선물을 아예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정하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갑을 관계가 뚜렷한 사제 지간의 선물 상납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논문 심사에 따른 ‘거마비(교통비)’와 접대 관행을 놓고서도 대학원생들의 고민이 깊다. 박사 논문 심사는 대부분 대학이 공정성 등을 위해 외부 교수 1명 이상을 심사 위원에 포함시키고 이들에게 심사비를 지급하는데, 별도로 학생이 여비를 주고 식사와 술을 접대하는 관행이 일부 남아 있다. 서울 모 사립대의 경우 인문·사회 계열 박사 학위를 따려면 논문 심사비(70만원) 외에 거마비로 10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시간강사 C(30·여)씨는 “박사 논문은 외부 심사 위원이 심사할 때마다 10만∼20만원을 챙겨주고 식사도 대접한다”며 “지도 교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로부터 ‘185개 대학 일반대학원생 1인당 논문 심사비 현황(2016년 1학기 기준)’을 입수·분석한 결과 박사 논문 심사비는 적게는 6만원(우송대)부터 많게는 160만원(호남신학대)에 달했다.

대학들은 대응 방안을 고심하면서도 아직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하루 평균 청탁금지법 문의 50건 중 10건 정도가 논문과 관련된 것”이라며 “석사 논문 심사비(10만원)가 턱없이 적지만 심사비를 현실화하자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논문 심사비 인상에 부정적이다. 고려대 김선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청탁금지법으로 실비가 추가 발생한다고 대학이 논문 심사비나 등록금을 올린다면 여태껏 심사 위원인 교수들이 거마비를 받았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정부가 대학별로 제각각인 논문 심사비를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교육부가 ‘대학 내 부적절한 관행으로 학생들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더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대학이 논문 심사비를 책임지게끔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남혜정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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