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휴일의 여유로운 오후. 태양은 느리게 서쪽으로 넘어간다. 충분한 오후의 햇볕을 머금은 소녀들의 조잘거림은 귓볼을 간지럽히고. 더불어 내맘도 넉넉해지는 시간. 어디선가 날아 온 검붉은 과일향, 숨을 한껏 들이쉬면 은은한 바닐라와 달콤한 향신료가 비강을 간지럽힌다. 솜씨좋은 파티셰가 한껏 재량을 발휘해 멋들어진 케잌을 만드나 보다. 달콤한듯하나 결코 달지않아 질리지 않는 아띠장의 작품처럼. 온다(ONDA)는 그렇게 가슴속으로 순식간에 밀려 들어와 화려한 향연의 주인공이 됐다.
온다, 바소, 바소 리저브(왼쪽부터)를 소개하는 제이슨 헬러 나라셀라 제공 |
온다는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가 빚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한국인이 미국 나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리로 한국인을 위해 만든 와인이 온다와 바소(VASO), 바소 리저브(VASO Reserve)다. 이중 온다를 만드는 포도밭이 유명하다. 유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다나 싱글빈야드 와인 로터스 빈야드(Lotus Vineyard) 등 4개의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블렌딩한다. 파커는 그 우아함과 정교함을 보르도 생 줄리앙 와인과 비교하며 극찬했다고 한다.
다나는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지 불과 3년만에 파커가 100점을 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는데 그 원동력이 뭘까. 한국을 찾은 다나 영업 총괄 마스터 소믈리에 제이슨 헬러(Jason Heller)를 만나 다나 양조의 숨은 얘기들을 들어봤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전세계적으로 219명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 오르는 소믈리에의 최고봉이다. 그는 불과 32살이던 2011년 역대 최연소, 최고점수로 마스터 소믈리에를 따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나의 와인메이커는 필립 멜카. 보르도에서 수학한 그는 프랑스 최고의 와인중 하나인 페트뤼스(Petrus)와 나파 밸리의 도미누스(Dominus)에서 와인메이커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와인과 유럽 와인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글로벌 와인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다나의 와인을 이해하려면 우선 3개의 싱글 빈야드를 주목해야 해요. 로터스(Lotus), 허쉬(Hershey), 헬름스(Helms) 이지요. 2005년 기존 와이너리를 인수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빚기 시작한 다나는 이 싱글빈야드 중 로터스 빈야드 2007이 2009년 파커에게 100점을 받으면서 혜성처럼 스타로 떠올랐답니다”. 파커 100점 와인은 매년 전세계에서 평균 10여종에 불과해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파커 100점은 ‘와인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단다.
헬름스 빈야드 전경 출처=홈페이지 |
헬름스 빈야드 와인숙성 시설 출처=홈페이지 |
그렇다면 와인양조에 싱글빈야드는 왜 중요할까. 헬름스 빈야드(Helms Vineyard)는 나파 밸리의 손꼽히는 AVA 러더포드(Rutherford)에 있다. 그중에서 나파밸리 서부의 마야카마스(Mayacamas) 산맥과 평야가 만나는 벤치(Bench) 지역에 있는데 벤치 형상을 띤 곳은 배수가 좋은 충적 선상지(Alluvial fan)로 뛰어난 포도밭을 만들수 있다고 한다. 자갈이 많아 배수가 뛰어난데 순도 높은 검붉은 과실미, 향신료, 토양적 느낌이 잘 구현된 와인이 빚어진다. 일명 러더포드 더스트(Rutherford Dust)로 불리는 특유의 흙먼지와 같은 아로마와 함께 결이 고운 탄닌이 특징이다.
로터스 빈야드 전경 출처=홈페이지 |
로터스 빈야드 와인 숙성 시설 콘크리트 탱크 출처=홈페이지 |
로터스 빈야드는 나파 밸리 동부의 산악지대로 해발 고도는 1200 피트다. 서향 포도밭으로 오후의 햇살을 충분히 밭아 일조량이 풍부하다. 산악 지대 포도밭이어서 소출량이 적고 포도알의 크기가 작아 더 응축된 풍미의 포도가 탄생한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모카, 흑연, 아니스, 향신료 풍미를 와인에부여한다.
허쉬 빈야드 전경 출처=홈페이지 |
허쉬 빈야드(Hershey Vineyard)는 나파밸리 동쪽 산맥 해발고도 1800 피트의 하웰 마운틴 정상에 있다. 4개 밭 중 가장 서늘하고 늦게 수확하는 지역으로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척박한 토양이다. 검붉은 과실 풍미와 플로랄 계열의 아로마, 밝은 산도, 미네랄리티가 특징이다. 하웰 마운틴은 숙성 잠재력이 뛰어안 와인이 탄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 전경 출처=홈페이지 |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Crystal Spring Vineyard)는 로터스 빈야드에서 300 피트 아래인 해발고도 900 피트에 있다. 다나가 소유한 4개의 포도밭 중 가장 따뜻해 가장 먼저 수확한다. 이 곳의 포도는 검은 과실 캐릭터와, 신선함, 무게감, 풍부함을 와인에 부여한다.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 온다 2013 |
온다는 바로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 포도와 싱글빈야드 3곳의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다. 온다가 최고의 포도를 생산하는 싱글빈야드의 특징이 잘 녹아있는 와인으로 탄생하는 배경이다.
“온다는 다나가 가장 처음 만든 와인으로 2005년이 첫빈티지에요. 원래 ‘황금의 물결’이라는 뜻의 온다도로(Onda d'Oro)로 출시됐는데 2009년 한국 시장 전용으로 생산되다 2010년터 미국 시장에도 공급되고 있답니다. 이때부터 이름도 간결하게 다나와 통일성을 주기 위해 온다(ONDA)로 바꾸고 와이너리 로고인 연꽃 4개가 그려진 동양적 느낌의 레이블을 채택했죠. 연꽃 4개는 4개의 포도밭에서 만들었다는 뜻이랍니다”.
온다 |
특히 올해 새로 선보이는 2013년 빈티지는 유명한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역대 최고의 온다(Best ONDA Ever)로 손꼽을 정도로 역작으로 탄생됐다고 한다. “2013년 열기는 진짜 뜨거웠어요. 사실 온다 2012년 빈티지가 굉장히 좋아 열광할 정도였지요. 밸런스가 좋고 복합미도 뛰어났어요. 그런데 2013년 빈티지는 이런 2012를 뛰어넘는 그레이트 빈티지로 탄생한 것이지요. 복합미가 뛰어나고 장기숙성이 가능한 2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정말 뛰어난 빈티지랍니다” 나파 밸리는 1994, 2001, 2013을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는다. 2012는 조금 더 부드럽고 익은 빈티지라면 2013은 스타일과 산미 구조 크고 단단한 장기숙성 빈티지다. 브리딩을 하지 안아도 탄닌의 퀄리티가 뛰어나 거칠지가 않다.
다나의 싱글빈야드 와인 왼쪽부터 헬름스 빈야드, 로터스 빈야드, 허쉬 빈야드 |
다나는 컬트 와인 생산자답게 생산량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에만 공급하는 바소와 바소 리저브를 제외하고 싱글빈야드 3종과 온다, 소비농 블랑 등 5종 와인 생산량이 모두 1600케이스(약 9600병)에 불과하다. 싱글빈야드 3곳의 와인은 이중 절반인 800케이스이고 온다와 소량의 소비농 블랑을 합쳐 800 케이스다. 정말 눈물나게 작은 생산량이다. 생산량이 작아 싱글빈야드 와인들은 수출을 못하고 미국내에서만 소비된다. 미국에서도 이메일을 통해 고객 리스트에 등록된 고객에 한해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한다. 다나의 와인 생산능력은 1만케이스 정도인데 생산량을 극도로 줄여 불과 16% 생산하고 있는셈이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가장 최고의 컬트 와인을 만들기 위한 양조철학 때문이다. 스크리밍 이글의 경우 세컨드 와인을 빼도 6000병 가량 생산한다. 할란, 콜긴은 생산량이 더 많다. 보르도 1등급 와인의 경우 보통 30만병 수준이다.
“설립 초기 다나는 포도 품질에 엄격한 기준을 세웠기 때문에 품질이 미달된다고 판단한 50%는 다른 와이너리에 팔았어요. 헐값에 팔아 부가가치를 전혀 못 누린거지요. 나머지 절반중 25%는 싱글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고 25%는 온다를 만들었지요. 그러다가 나머지 50% 포도도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같은 와인메이커가 같은 설비로 같은 방식의 양조를 통해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소랍니다”. 실제로 다나 와인들은 새오크 사용비중과 숙성 기간만 다소 차이날 뿐이다. 3개의 싱글빈야드 와인은 오크 100% 새오크에서 24~28개월 숙성한다. 온다는 20~21개월 속성하며 새오크 비중은 70~80%다. 바소는 18~19개월 숙성하고 새오크 비중은 40~50% 정도다.
다나는 현재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무관개 건조 농법을 도입했는데 산은 건조하고 물빠짐 심해 이런 포도대배 방식은 큰 도전일수 밖에 없다. 또 포도밭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수직으로 세운 대형 오크 뱃, 콘크리트 뱃, 오크 배럴 등을 모두 사용하 숙성을 한다. 특히 오크 배럴은 하루에 3차례 통을 돌려줄 정도로 지리한 수작업 고집하고 있다. “모두 자연 효모를 사용하고 포도 무게로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프리런 주스를 주로 사용합니다. 온다는 약하게 짰을 때 나온는 주스도 사용하지요”. 온다와 바소는 한국인을 겨냥해 만든 만큼 한국 음식과 매칭이 잘되는 스타일이다. 다나는 현재 나라셀라가 단독수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나, 바소, 바소 리저브 나라셀라 제공 |
■온다(ONDA)
검붉은 과실류의 풍미와 달콤한 향신료, 바닐라가 은은하게 어우러지고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의 과실 풍미와 탄닌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밝은 산도가 잘 뒷받침돼 신선하고 피니시는 체리, 모카, 넛맥 풍미로 이어지며 매력적인 미네랄리티로 마무리된다. 시음 적기 2017 ~ 2030년으로 숙성 잠재력도 좋은 와인이다. 온다는 원래 한국 시장을 겨냥한 와인이었는데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다나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다나의 아이콘 와인으로 성장했다. 온다 2013 빈티지는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 포도 40%, 로터스 빈야드 18%, 허쉬 비얀드 14%, 헬름스 빈야드 14%로 빚는다. 카베르네 소비뇽 93%와 로터스 빈야드의 쁘띠 베르도 7%가 블렌딩됐다. 21개월 숙성하며 새 프랑스 오크를 60% 사용했다.
바소 |
■바소(VASO)
VASO는 화병, 항아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오로지 한국에만 공급하는 바소는 와인 레이블에 달항아리를 담아 동양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다나의 기본급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코를 찌르는 검은 체리의 향을 시작으로 자두, 블랙베리 등 검은 과실의 풍미가 뛰어나다. 2010년 G20 정상회의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만찬주로 사용돼 주목을 받았다. 2014년부터는 각 계절을 대표하는 빛깔의 아트 레이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데 각 레이블에 행복, 열정, 사랑, 성공, 존경, 우정 등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바소 리저브 |
■바소 리저브 (VASO RESERVE)
바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품질과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바소의 배럴 테이스팅 단계에서 기존 바소의 품질을 뛰어넘는 고급 배럴들을 선별해 와인을 만들었고 바소보다 6개월 더 숙성시켜 한층 더 깊고 풍부한 풍미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젖은 침엽수림 아로마에 아니스, 바닐라, 검은 과실류의 향기가 더해진다. 다크 초콜릿, 시나몬, 자두 등의 복합미도 좋다.
제이슨 헬러 나라셀라 제공 |
■제이슨 헬러(Jason Heller)
올해 다나 영업 총괄 디렉터가 된 제이슨 헬러(Jason Heller)는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하와이 퍼시픽 대학교(Hawaii Pacific University)에 진학했다. 그는 매일 4~5달러짜리 와인을 즐기며 착실히 마케팅 공부를 했고 졸업 후 금융 쪽에 취직을 하는데 아주 운 좋게 와인 콜렉터 피트 톰슨(Pete Thompson)을 만나게 된다. 그와 어울리던 어느 날 신의 물방울이라 일컫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와 보르도의 최고 등급 와인을 마실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 와인을 마시는 순간 그는 지금까지 마신 와인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감명과 충격을 얻게 된다. 그 결정적인 순간 이후 그는 와인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고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The Court of Master Sommelier)의 교과 과정을 수료하며 평생 동안 와인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다. 2008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로 돌아 온 그는 욘트빌(Yountville)의 세계적인 쉐프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부숑 비스트로(Bouchon Bistro)에서 와인 및 모든 음료를 담당했고 역시 욘트빌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레드(Redd)로 옮겨 와인 디렉터를 역임하게 된다. 또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와 본드 이스테이트 (Bond Estates)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2013년 9월부터 다나에 합류했다. 파리의 세계적인 국제 미식 협회 2009년 국제 영 소믈리에 최종 선발대회에서 1위를 수상했고 2010년 와인 앤 스피릿지가 뽑은 베스트 뉴 소믈리에로 2년 연속 선정됐다. 또 2010년 국립 톱 소믈리에 결선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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