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마한 언덕을 끼고 끝없이 이어진 아름다운 샛강과 서서히 떠오르는 여명. 그리고 샛강 주변을 따라 펼쳐진 고풍스런운 성들. 루아르(Loire)는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프랑스에는 고성이 5000여개가 있는데 과거 왕족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했던 루아르에만 80개가 몰려 있여 ‘고성 투어’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길이 1012km로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 강의 중앙부분인 루아르 밸리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랍니다.
시농성 전경 출처=www.chinon-valdeloire.com |
잔다르크 작자미상 Public domain |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이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며 명성이 높아지자 간신 박중헌의 이간질로 왕인 왕여가 김신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는 스토리와 거의 흡사하군요.
이런 잔다르크의 역사와 함께 루아르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는 와인입니다. 루아르의 와인역사는 2000년이 넘는데 루아르 밸리는 보르드, 부르고뉴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입니다. 화이트 와인 비중이 56%로 상세르, 푸이 퓌메 지역에서 만든 소비뇽 블랑 100%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레드와인 생산지로는 시농, 부르게이(Bourgueil), 소뮈르(Saumur), 앙주(Anjou)가 꼽힙니다. 이중 시농은 프랑스의 유명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직접 포도밭을 소유할 정도의 고급와인 생산지로 평가받는 곳이랍니다.
시농을 비롯한 루아르 와인 생산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레드 품종 카베르네 프랑만 사용한 독특한 와인을 만들어 왔습니다. 사실 카베르네 프랑은 보르도 등에서 주로 보조 품종으로 쓰여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품종이지요. 이런 품종 100%로 와인을 빚는 이유는 시농에서 가장 품질 좋은 카베르네 프랑이 생산되기 때문이랍니다. 이 품종은 풋풋한 산딸기, 민트 등 허브향, 연필 냄새와 함께 가볍고 신선한 산미가 느껴집니다. 또 강한 듯하지만 우아한 아로마가 특징이지요.
레 팡세 드 팔루스(Les Pensees de Pallus) |
팬지꽃이 그려진 레 팡세 드 팔루스 출처=와인서처닷컴 www.wine-searcher.com |
부르고뉴를 연상하는 꽃향기와 떼루아의 흙 냄새 뉘앙스가 이어지는 이 와인은 연간 3만5000병 정도만 생산됩니다. 자신의 떼루아를 완벽히 이해한 천재 와인메이커 베트랑 수르대(Bertrand Sourdais)가 변화무쌍한 빈티지를 지닌 루아르 지역에서 우수한 시농의 떼루아와 카베르네 프랑의 특징을 완벽하게 담은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멘 드 팔루스 오너이나 와인메이커 베트랑 수르대 출처=홈페이지 |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