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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시루떡 없는 이삿날'…사라진 이사 철 옛 풍속도

입력 : 2017-02-25 11:19:57 수정 : 2017-02-25 11: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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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비용 아끼려 일부러 '손 있는 날' 이사하기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사 철이 되면 집집이 달콤한 팥 시루떡을 맛볼 수 있었다.

붉은 팥이 잡귀와 액운을 막아준다는 민속 신앙에 따라 시루떡을 만들어 나눠 먹는 오랜 풍습 때문이었다.

이사를 온 집은 이웃을 돌아다니며 떡 한 접시씩을 돌리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사 철 풍경은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모습이 됐다.
가구 수가 많아 상호 교류가 어려운 공동주택이 늘어난 데다 이웃 간 왕래가 적은 사회 분위기가 겹쳐 정감 어린 이사 철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운데 아파트는 981만 호로 전체의 59.9%에 달했다. 또 연립·다세대주택이 238만 호로 공동주택 비율이 매우 높았다.

떡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웃이 누군지도 알기 힘든 아파트나 다세대 빌라 거주 가구가 늘면서 이사 떡을 돌리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며 "반면 친인척이나 회사 지인에게 돌리는 결혼이나 돌잔치 답례 떡 매출은 늘고 있다"고 했다.

'손 없는 날' 이사를 해야 길하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소금이나 팥을 뿌려 잡귀를 쫓아야 한다', '비 오는 날 이사를 하면 부자가 된다'는 등의 이사 철 민속 신앙도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됐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 살던 신 모(26·여)씨는 지난달 직장을 옮기면서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로 독립했다.

전 세입자와 이삿날을 합의하고 계약까지 마친 신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손 없는 날'을 골라 이사해야 한다"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신씨의 어머니는 "첫 이사처럼 중요한 일은 날을 잘 골라야 한다"며 철학원에서 길일(吉日)을 받아왔지만 신씨는 끝내 거절했다. 한낱 미신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손 없는 날'은 택일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 신앙 중 하나다. 악귀를 뜻하는 '손'이 돌아다니지 않아 해를 끼치지 않는 날을 손 없는 날이라고 불렀다.

아직도 손 없는 날에는 이사업체마다 15만∼20만원의 웃돈을 받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비싼 이사 비용을 피해 '손 있는 날'을 골라 이사하는 가구도 늘었다.

한 이사업체 관계자는 "아직도 손 없는 날에 이사하려는 가구가 많기는 하지만 2∼3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요즘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이사하는데 이런 날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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