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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저녁·주말이 있는 삶… 법망 피하기 ‘꼼수’ 만연

입력 : 2017-03-28 19:54:49 수정 : 2017-03-28 19: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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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반년… 달라진 음주·접대 문화

 

베테랑 홍보맨 A씨는 나름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9월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며 찾아온 변화다. 법 시행 전만 해도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던 술자리는 늦어도 오후 11시30분쯤이면 끝난다. 주말 골프 접대가 없어지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A씨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나서 시작한 피트니스센터는 지금도 일주일에 3일 정도 다니고 있다”며 “법 시행 전에 왜 그렇게 술을 마셨나 후회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반년을 맞으면서 음주·접대 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식당, 화훼 농가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법망을 피해 가는 꼼수도 만연해 법적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음주 문화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건 대리운전 기사, 택시 기사들이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전에는 콜(대리운전 요청) 피크 타임인 자정이 지나면 콜 건수가 떨어지긴 해도 아침까지 이어졌는데 요즘에는 오전 1시 이후 콜이 드물다”며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음주 문화가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윤모(60)씨는 “나뿐 아니라 동료들도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벌이가 20~30%는 줄었다”며 “음식점 손님이 줄면서 택시 손님도 크게 줄어 살기가 팍팍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매 판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6% 급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법 시행으로 인한 음주·접대 문화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음식물 가액 상한선 3만원을 피해 가는 편법도 공공연하다. 공무원 B씨는 “식사 비용이 1인당 3만원을 초과하면 실제로 몇 명이 먹었는지 알 수 없게 영수증을 내역 없이 총액만 끊어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A씨도 “요즘엔 식사비 상한선을 약간 넘어서도 융통성 있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는 시장조사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6.1%가 ‘법을 피해 가는 꼼수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법 적용 대상과 상황이 모호하다’(68.5%)거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47.4%)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3만·5만·10만원이란 음식물·선물·경조사비 가액 범위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3만·5만·10만원이란 기준이 시행상 무리가 있다고 하면 이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경제학)도 “3만·5만·10만원으로 대형 부정부패를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준을 좀 완화해 법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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