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선거의 승패도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미래 정보다. 점쟁이까지 찾는 영화 ‘ 더 킹’의 정치검사들처럼 다음 권력자가 누가 될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여론조사다. ‘신뢰도 95%에 오차 범위±3% 포인트’ 식으로 그럴듯한 문구가 보태져 ‘과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창억 정치부장 |
열흘 조금 넘게 남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며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사가 나오면 “못 믿겠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아우성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달 초 역전을 허용한 여론조사를 놓고 “왜곡됐다”며 선관위 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박주선 선대위원장은 최근 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놓고 “짐승, 유령을 상대로 조사했냐”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정치권만 탓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는 의심받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가 있다. 그래서 검찰이 조작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고, 한 어떤 기관은 허위 정보를 기재해 중앙선관위로부터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여론조사가 자꾸 논란을 빚는 것은 조사기관과 정치권, 언론이 여론조사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똑같은 모집단이라도 표본 추출방법과 조사 시기, 질문 내용 등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여론 흐름을 교란시키거나 특정 후보를 편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을 지켜가며 조사해도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여론조사다. 그런데도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자꾸 장난을 치다 보면 우리 여론조사는 재미 삼아 보는 ‘오늘의 운세’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박창억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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