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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병꽃나무


김영준




술 마시다 그 자리 그대로 스러지고 싶은 날 창밖 병꽃나무에 자꾸 눈이 간다 힐끗힐끗 눈이 가는 횟수만큼 취기가 오른다 바람이 불고 병꽃도 붉어지는데 스러진다는 말이 무너진다는 말보다 아득히 느껴지는 것은 적막 때문일까



빗소리가 하늘에 매달린 술병처럼 출렁거린다 풍경소리 들린다 날아가는 물고기가 안주여서 더욱 좋은 날 함께 날아갈 채비를 하며 듣는 빗소리만큼 술잔에 내려앉는 허기에 마음조차 붉어지고 있다

봄날은 간다


―신작시집 ‘물고기 미라’(북인)에서

◆ 김영준 시인 약력

△속초 출생 △198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무 비린내’ 외 △빈터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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