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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음식만큼 중요한 건 먹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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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9 15:49:24 수정 : 2018-07-29 15: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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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식단과 관련해 우리는 주로 어떤 음식을 먹는 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만 음식 섭취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를 하는 시간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뇌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에도 생체시계가 저장돼 있다며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에 소식하는 오래된 ‘격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생체리듬 전문가 사친 판다 교수가 최근 펴낸 ‘하루단위 생체 코드’(The Circadian Code)를 인용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판다 교수에 따르면 아침에 처음 식사를 한 후 8~10시간 내에 저녁 식사를 먹을 경우 인간의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하게 증진된다. 그는 인간의 몸 안에서 음식이 흡수되는 것과 같은 화학작용이 저녁보다는 아침과 점심에 식사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 시스템에 따라 각종 호르몬, 효소 등이 분비된다고 설명한다. 그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유를 마시고, 자기 직전에 과자를 먹는 등 첫 끼니부터 마지막 끼니까지 15시간이 걸리는 데, 이는 우리 생체시계의 작동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판다 교수의 이론은 생체 시계가 뇌뿐만 아니라 소화기관 등 여러 장기에도 존재한다는 데 근거한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과학자들은 일어나고 자는 습관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가 뇌의 시상하부에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장기에도 이런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예를 들어 췌장의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낮에 주로 활발히 분비되고 밤에는 낮아지며 대·소장에서도 소화 효소와 박테리아가 낮에 더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스템은 우리 DNA에 각인돼 있는데, 모든 장기에 있는 수천개의 유전자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작동을 시작하고 멈추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다 교수는 “인류가 수천년 동안 살았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 있다”며 “그건 태양이 뜨고 밤이 온다는 것이다. 장기에도 생체시계가 필요한 건 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전문가들은 낮 시간에 되도록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지적한다. 미국 앨러배마 커트니 페터슨 교수는 “밤에는 우리가 잠을 잘 수 있도록 뇌가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데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 장기가 낮인 줄 혼동하게 돼 생체시계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며 “언제 작동하고 작동하지 말아야 할지 우리 생체시계는 헷갈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파올로 사소네 코르시 교수도 “잠을 자도록 설계돼 있는 시간대에 소화기관이 일을 하면 병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 야간에 일을 하는 노동자가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낮 시간에 일을 하는 노동자에 비해 비만, 당뇨,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잠을 자도록 유도하고 여기에 식습관을 맞추며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자 혈압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연구결과들이 일찍 음식을 먹는 게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저녁을 거르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터슨 교수는 “이스라엘 연구기관에 따르면 비만인 성인이 아침을 많이 먹고, 적당한 점심을 먹고, 적은 양의 저녁을 먹은 경우 살이 빠지고 혈당이 조절되며 심장병 위험성이 현격히 줄었다”며 “아침을 왕처럼 먹고,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는다는 격언이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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