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과연 폭염의 원인은 뭐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폭염은 절대적 정의와 상대적 정의로 구분하고 있다. 절대적 정의는 온도 또는 열적 스트레스 지수가 어떤 임계치를 초과하는 경우 또는 초과하는 날이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폭염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 정의는 지역과 사람에 따라 열적 스트레스가 다르게 나타나고, 이러한 반응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캐나다는 혹서의 지속으로 사망률이 높아질 확률이 90%에 이르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
올해 폭염의 원인은 대기 상층엔 티베트 고기압과 대기 중·하층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게 발달해 일사효과가 강했기 때문이다. 고기압이 정체되면 돔 형태의 공기막을 형성해 그 안에서 열기가 증폭되는 열돔현상이 발생한다. 왜 고기압이 정체됐을까. 대기 순환에 기여하는 제트기류가 약화하면서 대기 흐름이 정체되고 적도 부근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열기가 누적돼 우리나라를 포함해 북미, 유럽, 중동 등 지구 중위도 지역에 폭염이 이어졌다고 분석되고 있다.
제트기류가 왜 약화했으며 이러한 약화현상이 일시적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반복돼 올해와 같은 폭염이 재현될 것인가. 제트기류는 온도 차이가 심한 두 대기 덩어리 경계 근처에서 생겨나는 기류로, 온도차가 클수록 기압차도 커지므로 강력한 제트기류가 형성된다. 그러나 북극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제트기류의 약화가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북극은 최근 20년 동안 4~5도 상승해 지난 112년 동안(1901~2012년) 지구 평균기온이 0.89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기록적이다. 북극의 빠른 온도 상승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던 해빙 감소로 태양에너지 흡수율이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1970년과 비교해 현재의 해빙 면적은 절반 수준으로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20~30년 사이에 집중됐다. 이에 북극 온도의 상승은 불가피하리라 예측되고, 이는 제트기류 약화로 이어지면서 올해와 같은 폭염이 빈번히 재현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북극 온도 상승은 대표적인 지구온난화의 증거이다. 단지 지구온난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지구 역사는 50억년이며, 그 사이에 여러 자연적 원인에 의해 기온 상승 사례가 많았고, 특히 태양과 화산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지 인간활동에 의한 영향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2007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현재 기온 상승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온실가스 증가 요인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자원의 대량소비와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삼림의 대량 벌채 등 대부분 주요 원인이 인간활동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구 온도의 지속적 상승은 불행히도 막지 못하고 지구 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 범위 이내로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목표이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소위 파리협정이 채택됐고, 파리협정의 목표는 금세기 말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의 온도보다 2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추세라면 30년 이내에 2도를 초과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12위이지만, 비정부기구인 ‘저먼워치’가 2017년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매우 부족’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최하위(57위) 수준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높은 반면 온실가스 감축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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