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건반 위 완벽 주의자… ‘20세기 쇼팽’을 만난다

입력 : 2019-01-14 21:07:31 수정 : 2019-01-14 21:07: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3월 22∼23일 내한 독주회 /2003년 이후 16년 만에 독주회 열어 / 금세기 최고 쇼팽 발라드 연주가 꼽혀 / 유연한 감정 조절·테크닉 무결점 평가 / 공연때마다 전용 피아노 함께 싣고와 / 콘서트홀 소음·음향 등에 극도로 예민 / 연주중 휴대폰·박수 소리도 용납 안해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사진)이 새봄과 함께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3월22∼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기로 한 것. 한국에서의 독주회는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지난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잠시 내한하기도 했던 지메르만은 쇼팽 발라드의 연주가로선 금세기 최고로 꼽힌다.

14일 주최 측인 마스트미디어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엔 그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쇼팽의 ‘스케르초’가 포함된다. 그는 1975년 19세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쇼팽의 피아노곡 연주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을 정도로 정교한 선율을 자랑한다. 무결점에 가까운 연주기법을 선보이며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연주 완성도 면에서 병적인 집착을 보인다고 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 스케르초,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등 피아노 협주곡은 물론 쇼팽의 메이저급 곡들의 연주는 그가 최고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쇼팽 이외에도 프란츠 리스트의 소나타와 콘체르토의 연주 역시 최상의 기법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인상파 작곡가 드뷔시의 전주곡 연주도 좋은 평을 받는다.

지메르만의 연주 특징은 독일, 러시아 음악뿐만 아니라 프랑스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세이지 오자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세계적인 지휘자와 협연했다.

음악인들은 그의 연주 특징을 유연한 감정의 조절과 테크닉에서 찾는다. 그는 자신만의 연주를 위해 육중한 피아노를 갖고 다닌다. 피아노에 대한 애정과 연주의 섬세함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주의 완성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주문으로 제작된 전용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갖고 연주여행을 하는 도중 웃지 못할 일화도 다양하다.

그럴 만한 ‘사건’이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였다.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았을 때 느닷없이 그의 피아노가 폐기처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존 F 케네디 공항 당국이 그의 피아노에서 이상한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그의 피아노를 파괴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미 당국이 민감한 시절이었다. 피아노를 미국으로 운반하기 위해 비행기 탑승 직전 피아노를 조립했는데, 그때 사용한 화학접착제 때문에 이상한 냄새가 났던 것이다. 이후로는 피아노를 분해해서 연주여행을 한다.

이번 주최 측에서도 피아노 공수 문제를 협의 중이다. 마스트미디어는 “작년 협주곡 연주 때는 공연장 피아노를 사용했지만 이번엔 독주 연주이기 때문에 피아노 운반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잘생긴 외모의 지메르만은 반면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 탓에 악평도 듣는다. 특히 콘서트홀 소음과 피아노 음향에 아주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2003년 첫 내한 공연장이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대 천장에 달린 실내 방송용 마이크를 녹음용으로 착각, 마이크 선을 자르려고 해 스태프가 놀라기도 했다. 작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한 내한 때에도 주최 측은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후일담이 있다.

협연 전 객석에 휴대폰 전원을 완전히 끄는 것은 물론 연주 중 박수 소리도 금지한다. 주최 측은 연주에 방해되는 소리가 절대 나지 않도록 하는 안내방송을 시작 전 몇번이고 내보내곤 한다. 지메르만은 주최 측의 기록용 영상 및 사진도 허락하지 않는다.

지메르만은 20세기 쇼팽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이기적인 스타일이다. 주최 측이 콩쿠르에 출전하는 후배 연주자에게 당부해 줄 한마디 말을 부탁했지만 “조언하고 싶지 않다”고 해 비난을 들었다. 특히 미국 연주여행에 관한 사건사고가 많다. 이를테면 2006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 미국 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당시 미국은 유럽 지역 군사력 증강에 동분서주하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2001년 미국에서 아끼던 피아노가 부서져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번 내한 연주회는 대구와 인천에서도 열린다. 국내 지메르만 팬들은 벌써 그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에 달아오르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일리 '결혼 앞두고 완벽한 미모'
  • 에일리 '결혼 앞두고 완벽한 미모'
  • 이주빈 '매력적인 미소'
  • 수현 '완벽한 비율'
  • 서예지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