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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중 처음 韓과 손잡은 헝가리… 수교 30주년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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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30 14:42:17 수정 : 2019-05-30 14: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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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헝가리, 올해 수교 30주년 맞아… '다뉴브강 참사'에 충격 / 1989년 옛 동구권 공산국가들 중 처음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 / 오스트리아·독일·소련 등 강대국에 시달린 역사 '한국과 비슷'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다수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해 구조대가 구조 및 수색에 투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전복·침몰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과 안내자 등 2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올해가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이란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헝가리는 동유럽의 옛 공산권 국가들 중 한국과 처음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이기도 한다.

역사적인 한국·헝가리 수교 소식을 전한 1989년 2월1일자 동아일보 1면의 모습.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한국 '북방외교'의 첫 성과… 中유럽 진출 '허브'도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과 헝가리의 ‘인연’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당시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가한 것을 계기로 한국 노태우정부가 ‘북방외교’에 나서며 시작됐다.

 

당시는 옛 소련(현 러시아)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 아래 동·서 냉전 구도가 막 무너지려던 참이었다.

 

한국은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헝가리와 1988년 8월26일 상호 국가승인 절차를 밟았다. 그때만 해도 북한하고만 친했던 동구권 공산국가들은 한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듬해인 1989년 2월1일 한국과 헝가리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한국이 공산주의 국가와 수교한 첫 사례로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30년간 헝가리는 중부 및 동부 유럽으로 활발히 진출하려는 한국의 ‘허브’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2015년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은 헝가리에 평판 디스플레이, 농·의약품, 자동차 등 연간 10억2000만달러(약 1조2141억원) 어치를 수출한 것으로 돼 있다.

 

또 헝가리에서 한국은 원동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연간 7억3000만달러(약 8690억원) 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나온다.

 

헝가리 주재 대사관은 현재 외교관 14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사 편집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인 최규식(66) 대사가 특임공관장으로서 지난해 1월부터 헝가리 대사를 맡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한 기억공원. 동상공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헝가리인들은 체제전환 이후 공산주의 시절을 상징하는 부다페스트 시내의 동상들을 파내 외곽 지구에 ‘귀양’ 보냈다. 

헝가리는 공산주의 국가 시절이던 1948년 11월 일찌감치 북한과 국교를 맺었다. 북한은 헝가리가 1989년 한국과 수교한 점을 문제삼아 1990년대 한때 대사관 폐쇄 등 강경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1998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다만 심각한 경제난 속에 북한은 주(駐)헝가리 대사관을 철수했고 이에 헝가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재 헝가리는 주한 헝가리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북한은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가 헝가리 대사를 겸임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후속 대응을 위해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오른쪽 두번째)을 팀장으로 한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3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주변 강대국에 시달린 오랜 역사, 한국과 '판박이'

 

헝가리는 오랫동안 독립국가로 존속했으나 13세기 이후 몽골과 터키의 침략을 잇따라 받아 국력이 약해졌다. 17세기 말에는 헝가리 전역이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 세력권에 편입됐다.

 

독립을 열망하는 헝가리인들의 투쟁이 계속되자 오스트리아는 1866년 나라 이름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바꿔 헝가리 지역의 자치권을 일부 인정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동맹국이었다. 이 전쟁에서 독일이 지고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연합국이 승리하면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1920년 제국에서 분리돼 독립한 헝가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부족한 약소국이었다. 그 때문에 2차 대전 때에는 나치 독일의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독일 편에 서서 추축국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독일이 또다시 패배하면서 1945년 이후 헝가리는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이웃 나라들과 함께 소련 영향권 속으로 들어갔다. 소련의 감시 하에 공산주의 정권이 출범해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베를린 장벽 붕괴 등 탈냉전 기운이 완연해진 1989년 헝가리는 공산당에 의한 1당 독재를 포기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탈바꿈했다.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열린 ‘스마트 모빌리티·스마티 시티’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과 헝가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6번째가 최규식 헝가리 주재 한국 대사. 주헝가리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

올해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에는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주헝가리 대사관 주최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을 주제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스마트 시티’라는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유람선 사고로 예정됐던 각종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수교 30주년 축하 분위기가 위축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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