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서 윤 후보자가 문재인정부의 최대 현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찰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자는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검사 경력 대부분을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검사로 근무한 윤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자세히 피력한 적이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중 조기 귀국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민주주의적’이라며 고강도로 비판하는 등 공개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직 검사장을 포함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사권 조정안이 국민 인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윤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윤 후보자의 견해를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공개 발언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 때가 유일무이하다. 윤 후보자는 당시 ‘검찰의 직접수사가 줄어들면 향후 수사지휘는 어떻게 돼야 하겠냐’는 질의에 “제도에 대해 여기서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도 “수사를 누가 하느냐보다, 기소는 검찰이 하고 공소유지를 통해서 유죄 판결로 법 집행을 하는 거라서 검·경이 한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당시 발언에 윤 후보자의 생각이 대체로 다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 후보자가 ‘특수통’·‘강골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사보다는 기소 및 공소유지 업무가 검찰 본연의 임무라고 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본인 스스로 특수통 검사로 분류되지만 당초 검찰개혁의 본류로 지적됐던 검찰의 특수수사 축소 및 제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특수수사 제한보다는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를 핵심으로 하는 내용이고, 검찰 내부에서 이 점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큰 만큼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인사보복으로 대전고검·대구고검 등 검찰 내에서 이른바 ‘양로원’으로 불리는 한직을 전전한 것이 특검팀 합류 배경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박근혜정부 시절 윗선과의 불화를 감수하며 국가정보원의 댓글사건 수사를 강행했던 윤 후보자의 성정을 고려할 때 그가 정권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검찰총장감이라는 평가도 내부에서는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강한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망가진 것은 결국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인데 청와대가 각종 요구를 한 것이 원인이 돼 왔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도 “함께 근무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윤 후보자는 아주 강직한 검사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누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사람이 절대 아니다”며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윤 후보자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한다더라”고 전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