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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유정 체포 영상 최초 공개']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고유정의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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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7 18:26:15 수정 : 2019-07-27 19: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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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고유정 체포 당시 영상 입수 / 범행에서 검거까지 ‘범죄의 재구성’ / 오른손에 붕대 감고 쓰레기 버리러 가던 중 체포 / 수갑 차는 순간에도 혐의 부인 /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담담하게 범행 시인 / 차량과 아파트 분리수거함서 범행 도구 발견 / 체포 전날까지도 외식하고 노래방 가는 태연함 보여 / 펜션 업주 "방 내부서 향수 냄새 진동해" / "쓰레기 봉투 3개 챙겨…자신이 치우겠다 해 의아" / 고 "수박 써는데 전 남편이 성폭행 시도… 우발적 살인"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은 경찰에 긴급체포된 순간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자신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내 살인 혐의는 순순히 인정했다.

 

 

27일 세계일보는 고유정을 체포할 당시 모습이 찍힌 영상을 입수했다. 고유정은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 충북 청주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복 중이던 제주동부경찰서 형사팀 등에 의해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고유정은 경찰이 ‘살인죄로 긴급체포합니다’라며 미란다 원칙 고지와 함께 수갑을 채우자 “왜 (이러세)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 라며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체포 순간에도 전남편에게서 성폭행 당할 뻔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고유정은 종이상자를 들고 있었다. 고유정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긴급체포 당시 범행을 부인했지만 호송차에 오른 뒤 검거조로 함께 급파된 여경이 ‘전 남편을 죽인 게 맞느냐’고 묻자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내가 죽였다’며 담담하게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고유정을 데리고 아파트에 올라가 남편에게 고씨의 피의 사실을 알렸다. 

 

제주동부서 형사팀은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고유정 차량 트렁크와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살인과 시신을 훼손하는데 사용한 범행도구를 찾아냈다.

 

고유정이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 충북 청주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복 중이던 제주동부경찰서 형사팀 등에 의해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있다. 동영상 화면 캡처

◆완전범죄 노렸나…범행 일주일만에 물거품

 

완전범죄를 꿈꾸던 그의 치밀한 계획이 일주일만에 물거품이 되고 만 순간이었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함께 있었던 제주도 한 펜션에서 발견한 혈흔이 실종된 강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5월 31일)에 따라 고씨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강씨 실종신고 이후 나흘만이다. 

 

고유정은 체포되기 전날 새벽까지 경기도 김포 친정 명의의 아파트에서 시신을 2차 훼손하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뒤 청주 집으로 돌아 와 저녁에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외식하고 노래방까지 가는 태연함을 보였다. 

 

◆범행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조작…실종·자살·범죄? ‘혼선’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성폭행을 당한 척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조작하거나 거짓말로 경찰과 강씨 가족에게 잠적 또는 자살한 것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고유정이 실종자 수색에 몰두하게 경찰을 철저하게 따돌린 셈이다. 경찰은 초기 범죄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강씨 실종 당시 고유정과 5차례 통화를 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화 통화에서 의심하기가 힘들 정도로 태연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시신없는 살인사건 재판으로 진행되는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은 잔혹한 범죄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검찰 공소장과 경찰의 실종 수사 당시 상황 설명을 토대로 고유정의 범행부터 체포까지 과정을 되짚어본다.

 

 

검찰은 고유정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에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유정은 범행 당일 숨진 강씨 휴대전화로 자신이 형인 척 강씨 동생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고유정은 이날 오후 9시 25분 숨진 강씨 휴대전화에 ‘(아들과의 면접교섭) 아직도 끝나지 않았느냐’는 동생의 메시지가 남겨진 것을 확인하고 오후 10시 34분 ‘헤어졌는데 작업할 것이 있어 들렀다 가겠다. (휴대전화) 충전해야겠다’ 라며 통화가 곤란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강씨 동생은 이튿날인 26일과 27일 낮까지 형이 카카오톡 메시지 응답이 없고 휴대전화 전원이 계속 꺼져 있자 경찰에 실종 신고에 이어 자살 의심 신고를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5월 27일 고유정과 통화를 시도한다. 고유정은 강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고, 25일 오후 8시쯤 혼자 펜션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전 남편과 주고 받았다는 ‘성폭행 미수와 폭력으로 고소하겠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도 경찰에 전송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숨진 전 남편 휴대전화와 자신의 휴대전화로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척 행세한 것이다.

 

고유정은 경찰에 ‘결혼 생활 당시 남편이 일주일간 집을 비워도 신고를 안했는데 왜 이번에는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는 지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행방을 감춘 것처럼 자신의 범행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거짓으로 꾸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CCTV 강씨 펜션서 나오는 장면 없어…범죄수사로 전환

 

경찰은 5월 27일 오후 4시52분 강씨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기지국 주변을 중심으로 수색했지만 강씨를 찾지 못했다. 강씨 차량에서도 자살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펜션을 수색하려 했지만 고유정이 퇴실한 날인 27일부터 31일까지 손님이 투숙 중이어서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 퇴실 후 다른 손님이 묵고 있었는데 혈흔이 남아 있는 현장을 보존하지 못했다는 일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펜션 업주나 고유정 퇴실 후 숙박한 손님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현장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했다”고 말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을 하던 5월 29일 오후 2시 20분쯤 실종자 동생이 펜션 인근 가정집 CCTV 확인 요청에 따라 함께 분석했으나 차량이 드나든 장면만 있을 뿐,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오후 4시쯤 주변 5곳의 CCTV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실종자가 걸어서 나가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아 범죄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고 판단, 동부서 형사 전원을 투입했다. 범죄 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고유정이 ‘25일 전 남편 혼자 걸어서 나갔다’고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고 그가 사용한 휴대전화 2개의 통화내역과 카드사용내역, 차량을 조회해 쫓기 시작했다. 5월 30일 오후 2시 15분 고유정을 납치·감금 혐의로 입건했지만 이미 고유정은 28일 오후 8시 20분 완도행 배에 오른 뒤였다. 고유정은 5월 30일 오전 9시2분쯤 경찰의 출석 요구에 ‘지금 청주에 와 있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은 이미 5월 29일 오후 4시 20분쯤 김포시 아파트에 도착, 이튿날 오전 3시 13분까지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범행도구로 시신을 2차 훼손하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펜션 1박 연장 요청 거절당해…“펜션 내부 향수냄새 진동”

 

고유정이 끔찍한 범행 후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정황은 펜션 업주의 참고인 진술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이튿날인 5월 26일 오후 1시20분쯤 펜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1박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예약 손님이 있어 거절당했다. 25∼27일 2박3일 동안 펜션(독채)을 예약한 고유정은 28일까지 하루 더 투숙하려 했다. 혈흔을 없애는 등 내부를 말끔히 치우는데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1박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27일 오전 9시55분쯤 다시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퇴실 시간(오전 11시)을 1시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30분 연장을 허락받았다.  펜션 주인이 약속한 퇴실 시간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고유정은 청소 중이었다. 여자 향수 냄새가 펜션 내부에 진동했다고 업주는 경찰에 진술했다. 고유정은 주인에게 ‘애와 애아빠는 아침에 먼저 나갔다’라고 둘러댔다.  펜션 주인은 고유정이 캐리어 1개, 쓰레기 봉투 3개를 차에 옮겨 싣는 것을 보고, 쓰레기 봉투는 놔두고 가라했는데 자신이 치우겠다고 해 의아했다고 했다. 펜션 주인은 현관 입구 방충망이 통째로 찢어지고, 주방에 있던 화분이 깨져 있어 부부간 다툼이 있었던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검찰이 범행 시각으로 추정하는 5월 25일 오후 8시 10분에서 9시 50분 사이에 펜션 주인과 고유정이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유정은 이날 오후 8시 43분쯤 펜션 주인이 전화를 걸어와 오후 5시 43분쯤 입실 사실을 확인하고 펜션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하자 나중에 다시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주인이 이어 고유정에게 오후 9시 20분부터 49분 사이에 5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고유정은 9시51분쯤 주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아들이 받아 자신을 바꿔줬으나 ‘아이를 재워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주인이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또 아들이 받았고, 이번엔 아빠를 바꿔달라고 하자 ‘차에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검찰 “계획적 범행” vs 고유정 “우발적 살해“…8월 12일 재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하고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던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 측은 지난 23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수박을 썰고 있는데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도구 인터넷 검색, 수면제(졸피뎀) 구입, 고도의 평정심을 갖고 펜션 업주와 통화한 점, 몸에 난 상처가 타인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꾸민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볼 때 계획적 범행임을 자신하고 있다. 고유정은 5월 18일 제주에 가기 전 10일부터 16일 사이에 자신의 휴대전화 2개와 PC에서 졸피뎀, 혈흔, 뼈의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호신용 전기충격기, 니코틴 치사량, 수갑, 키즈펜션 CCTV 등을 검색했다.

 

피고인 고유정이 출석하는 첫 정식재판은 오는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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