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 측이 이번 조치를 단행한 이유와 일본 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NHK가 13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조치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에 대해 정보수집에 힘쓰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일본은 안보 관련 국제적 수출관리의 틀에 모두 참가, 대량파괴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전용을 막기 위해 폭넓은 품목을 대상으로 한 규제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NHK는 전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가 국제적인 수출관리 체제의 기본원칙에 따르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대일 무역관리 엄격화를 발표했다"고 적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어 "한국 측 회견을 봐도 무엇을 근거로 일본의 수출관리제도가 기본 원칙에 따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는 세코 경제산업상이 한국 측 대응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경제산업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 "일본 정부, 한국 정부 맞대응에 불쾌감 표시"
그러나 세코 경제산업상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2일 (한일 간에) 열린 '수출관리 강화 설명회'에 대해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다른 내용을 공표했으므로 정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장급 정책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우선 한국 측에 행동을 요구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양국 간에 대화의 장이 마련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NHK는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이번 한국의 대응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고 자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제산업성은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은 없다고 보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교도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전략물자로 지정하는 제품은 총 1735개 품목에 이르지만 대일 수출품은 석유제품과 철강, 일반기계 등 다른 국가에서 입수가 가능한 품목이 많아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은 한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의존도는 전체적으로 낮다"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반도체메모리는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여 일본 경제에 대한 영향은 한정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비상한 각오로 엄중한 경제상황 냉정하게 대처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되,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는) 올바른 진단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세계적 신용 평가기관의 일치된 평가가 보여주듯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내외적 요인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제적 상황에 엄중히 대처하되, 한국 경제의 기초가 탄탄한 만큼 시장질서와 민심을 혼동시키는 허위 정보 유통에 대한 경계심을 당부한 것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부작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여러모로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면서도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며칠 전 피치에서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단계 높은 'AA-'로 유지했고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 모멘텀이 둔화했지만, 우리 경제의 근본 성장세는 건전하며 낮은 국가부채 비율에 따른 재정 건전성과 통화금융까지 고려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인도는 여전히 좋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심을 확고히 잡으며 대외적 도전을 우리 경제에 내실을 기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기 위해 의지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靑 "유튜브 등 SNS에 돌고 있는 일본 관련 가짜뉴스 경계해야"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 폐해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은 기자가 쓴 것만을 뉴스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유튜브에 돌고 있는) 불화수소가 북에서 독가스 원료가 되고, 일본 여행 가면 1000만원 벌금 내고, 일본이 지정한 1194개 품목 모두 수입이 어려워진다는 등의 내용이 결국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기에 그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며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부딪혀 머뭇거리면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집단을 가리킨 게 아니라 산업의 체질을 속도감 있게 바꾸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부터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신속한 결정과 실행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 환경을 만들고 기업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범국가적인 역량을 모아 대응하면서도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함께 차질없이 실행해야 한다"며 "투자·소비·수출 분야 점검을 강화하고 서비스산업 육성 등 내수 진작에 힘을 쏟으면서 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조기 착공을 지원하는 등 투자 활성화에 속도를 내달라"고 밝혔다.
◆DHC 한국지사 공식 사과했지만…
한편 '혐한 방송'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일본 화장품 기업 DHC 한국지사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자 온오프라인 판매채널들은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닷컴과 쿠팡은 13일부터 DHC 제품을 잠정 판매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닷컴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내렸고, 쿠팡은 로켓배송 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리고 있다.
판매 중단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부터 먼저 시작됐다. 지난 12일 GS리테일의 랄라블라가 온·오프라인 전체 상품에 대한 신규발주를 중단했고, 롯데쇼핑의 롭스도 물건을 뺐으며, 가장 규모가 큰 CJ올리브영도 철수를 검토 중이다.
DHC는 자회사의 유튜브 콘텐츠 DHC-TV가 지난 10일과 12일 연달아 혐한과 역사왜곡을 담은 내용을 방송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DHC 화장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소비자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H&B의 발주가 끊기기 시작하자, 한국지사인 DHC코리아 김무전 대표는 13일 오후 5시쯤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성난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DHC 불매운동'이 장기전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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