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봉오동 전투’와 ‘엑시트’가 평정한 올여름 극장가, 외화가 다시 공세에 나섰다. 지난 14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자동차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시리즈 9편인 이 영화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홉스와 쇼의 맨몸 액션에 의지한다. 이는 인간과 기계, 또는 인간을 믿는 자와 기계를 믿는 자란 영화의 대립 구도를 반영한다.
3일 이내 치사율 100%의 슈퍼 바이러스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적 관계인 두 상남자, 미국의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와 영국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는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다. 절도범은 다름 아닌 쇼의 여동생 해티(바네사 커비). 이들 모두 ‘세상을 구하겠다’는 목표는 같다.
바이러스를 만든 에테온도 같은 대의명분을 내세운다. 이 회사의 최종 병기 브릭스턴(이드리스 엘바)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기계다. 죽었다 살아난 그는 신기술로 몸을 바꿔 슈퍼맨이 됐다. 스스로를 “인류의 미래”라 칭하지만 홉스와 쇼 콤비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이들이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짜릿하다. 홉스와 쇼는 브릭스턴을 에워싸고 맨몸으로 수비와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궁지에 몰아넣는다. 브릭스턴의 최후는 ‘인간과 기계는 다르다’는 점을 재차 환기한다.
해티의 활약상도 이들 콤비 못지않다. 해티는 최근 극장가 대세를 따르기라도 하듯 주체적인 여성이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바이러스 유포를 막으려 한다. 오빠나 홉스가 곧 구해주리라 기다리지도 않는다. 기지를 발휘해 적을 응징하고 위기 상황을 빠져나간다.
시리즈물이 언제나 그렇듯 이번 여정의 종착점도 가족이다. 주인공들은 가족의 품, 집으로 돌아간다. 홉스는 고향 사모아의 형과 25년 만에 화해하고, 쇼와 해티도 오해를 풀고 완전체가 된다. 홉스와 쇼가 힘을 합친 건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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