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이전부터 문재인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국정과제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지난 5월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 토스를 중심으로 한 토스뱅크 컨소시엄과 키움증권이 꾸린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재도전 의사도 시원찮은 상황이라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에 앞서 흥행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신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신청 마감 후엔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12월 금융위가 예비인가 대상을 결정한다.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은 본인가 이후 내년 상반기 중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중점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은 합동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인가 신청희망 기업에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흥행 실패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내민 일종의 당근책이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아니어도 인터넷·디지털 특화 영업을 잘할 수 있는 기업은 인터넷은행 경영 주체가 될 수 있다면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전은 흥행 실패 분위기다. 지난 5월 예비인가 심사에서 각각 자본 안정성과 혁신성 부족을 지적받으며 탈락했던 토스 컨소시엄과 키움 컨소시엄은 아직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예비인가 참여 의사를 내비친 곳은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준비단’ 1곳에 불과하다.
토스를 이끄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공식석상에서 제기하며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실제 감독당국을 만나면 진행되는 게 없다”면서 “증권업 진출을 위해 수백억원대 자금이 투입됐지만, 포기를 고려 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증권업이 되지 않는다면 진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하긴 했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여부와 관련해 토스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결정한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키움 컨소시엄도 상황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키움 컨소시엄이 해체되며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다만 최근 이현 키움증권 사장이 사내 오찬 자리에서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한 사실도 알려졌다. 키움 측도 아직 재도전 여부는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굴지의 ICT기업이면서 자금력과 인력을 두루 갖춘 네이버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네이버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꾸린다고 하면 대부분의 금융그룹들이 그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미 일본·대만·동남아시아에서는 금융업에 뛰어들었고, 네이버페이를 금융 전문회사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시키는 등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한성숙 대표가 임시주주총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선을 그은 상태다. 네이버의 메신저인 라인이 일본·대만·동남아에선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만 카카오톡에 크게 밀린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운영이 스마트폰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는 만큼 네이버로선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든다 해도 이미 1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에 신규고객 유치전에서 밀린다는 계산 등이 깔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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