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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장의 변신 공예로 본 몽유도원

입력 : 2019-10-10 06:00:00 수정 : 2019-10-09 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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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 / 18개국 203팀 작가 700여명 참가 / 도자·목공 등 모든 공예분야 전시 / 옛 연초제조창 건물 리모델링해 / 문화콘텐츠 산업 요람으로 육성

공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지난 7일 열린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이날 “공예는 그 어떤 장르보다 장인정신으로 완성하는 예술인 것 같다”며 “숱한 시간과 인내, 그리고 성실한 노력이 축적된 놀랍도록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이 작품들을 온 세상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면 한다”며 작가들을 격려했다.

이 행사는 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41일 동안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 제조창C(옛 연초제조창)’를 비롯해 정북토성, 안덕벌의 오래된 빈집, 청주향교 등에서 열린다. 1999년 시작해 2년마다 개최되는 이 행사는 올해 11회째를 맞는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자·목공·금속·유리·종이·섬유로 만든 모든 공예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작가 3000여명이 참여하고, 관람객 4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규모·최고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박혜령 보도팀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섬유, 디자인, 도자기, 금속 등 단일분야의 비엔날레를 열고 있다”며 “청주비엔날레만 유일하게 모든 공예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의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5개 기획전과 3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스웨덴, 독일, 일본, 인도, 프랑스 등 18개국 203팀 700여 명의 작가의 작품 150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은 공예 페어에 들러 지역 공방과 작가, 대학생들이 만든 창작품을 현장에서 살 수 있다.

중국 작가 추이위의 작품 말. 말에 감정을 표현해 인간과 같은 면을 묘사하려고 했다.

◆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연초제조창C’

주 전시관은 담배를 생산했던 옛 연초제조창이다. 이 공장은 경영난으로 1999년 생산을 중단하고 2004년 폐쇄했다. 5만3133㎡의 부지에 24개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이 공장은 문화공간으로 계속 변신 중이다. 우선 청주비엔날레가 이 공장 본관동 5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2011년부터 이곳에서 개최해 오고 있다.

인근 건물 1개동은 문화 관련 업체 80여개가 들어선 첨단산업단지로 변신했다. 첨단산업단지에는 문화 콘텐츠 관련 창작·창업을 지원하는 충북콘텐츠코리아랩도 둥지를 틀었다. 담뱃잎 보관 장소였던 ‘동부창고’는 원래 11개동이었다.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대신 문화로 재생하는 방식을 통해 7개동을 보존시켜 다목적 홀과 전시실, 콘서트실, 악기연습실 등 갖춘 시민예술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부 건물에는 지난해 12월 국내 첫 수장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들어섰다. 이 미술관은 공예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수장고 속으로 들어가 도자, 유리, 가죽, 목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석창원 작가의 ‘아브락삭스’. 현대인의 또 다른 자아, 알에서 나오려 싸우는 새처럼 세상의 편견을 깨고 나아가고자 하는 내면을 구현한 작품.

한범덕 청주시장은 “시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도록 옛 연초제조창의 기존 건물을 보존하면서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요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연간 관광객 300만명 이상을 끌어들일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만들어 대한민국 문화랜드마크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 전체 명칭을 최근 ‘문화제조창C’로 정했다. 옛 연초제조창은 청주의 대표적 산업시설이자 국내 제1담배 공장이었다. 근로자 2000~3000명이 해마다 솔과 라일락, 장미 등 담배 100억개비를 생산했다. 1946년 최초로 문을 연 이래 1999년 문을 닫을 때까지 청주의 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4년 공장이 문을 닫은 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왔다. 철거와 재개발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이 공장을 매입한 뒤 2007년부터 문화시설로 갖춰가고 있다.

◆토성과 빈집을 전시장으로 활용

이번 비엔날레는 정북동 토성(사적 제415호)에서도 열린다. 이곳에서는 기획전 ‘인간의 자리’가 열려 청주의 모태인 토성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한다. 관객은 삼국시대에 조성된 이곳에서 움집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충청도 병마절도사 관아로 사용됐던 율량동 고가는 가상현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안덕벌 일대 버려진 빈집에 10여점의 공예작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청주향교에서는 한국인의 정서에 내재한 유교적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또 향교에서는 유교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접할 수 있다. 청주역사전시관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이곳은 옛 청주의 산업의 물류기지였던 청주 기차역을 모형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옛 추억을 느끼도록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 분단을 소재로 한 사진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중국 현대미술 거장 ‘위에민쥔과 팡리쥔’을 만나다

여러 나라를 초대하는 국가관 중 하나인 중국관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이자 아이콘으로 꼽히는 위에민쥔과 팡리쥔이 참여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 중 2명이다. 이 두 사람이 하나의 전시공간에서 만나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현대 작가 위에민쥔의 작품 ‘소가소 비상소’. 제스처와 입 모양이 박장대소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문화혁명과 개혁, 개방으로 인한 혼란, 공허, 분노,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위에민쥔의 작품 ‘소가소 비상소(笑可笑 非常笑·웃겨 엄청 웃겨의 뜻)’와 청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2019년 신작 ‘심우(尋牛)’가 전시된다. 소가소 비상소의 작품은 제스처와 입 모양이 박장대소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문화혁명과 개혁, 개방으로 인한 혼란, 공허, 분노, 슬픔을 표현한 작품이다. 팡리쥔의 작품 ‘2016’은 건달의 모습으로 중국 사회에 대해 비판한 작품이다. 이 두 사람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냉소적 리얼리즘’을 목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중국관에서는 현대미술에 공예를 더한 ‘공예적 미술’을 볼 수 있다.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회화·조각 등 다양한 기법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새롭게 떠오른 작가 통쩐강의 작품도 접한다. 또 종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담긴 실험적 예술 ‘늘어나는 조각’으로 유튜브를 사로잡은 리홍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청주=글·사진 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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