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8·9월 진행한 1·2차 발사 당시보다 발사 간격이 줄어들어 방사포 연속발사 능력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러나 “위중한 위협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아주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북한의 국방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우리 예산 규모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며 “양적으로 질적으로 우리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초대형 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핵심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실장의 발언은 최고위 안보 관계자로서 우리 군이 요격하기 어려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까지 개발한 북의 위협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정 실장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이 치러진 전날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데 대해 “장례 절차를 마치고 (대통령이) 청와대로 사실상 복귀하고 난 다음에 발사됐다”고 강조했다. ‘상중 도발’이라는 비판 여론에 ‘발인 직후니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수한 것이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은 10월 31일 오후 또 한 차례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연속사격 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의 완벽성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오후 4시35분과 4시38분쯤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지난 두 차례 시험발사에서 드러난 불완전한 비행성능과 연속발사 능력을 보완한 것으로 추정된다. 1, 2차 발사 때는 간격이 각각 17, 19분이었지만 이번엔 3분으로 크게 줄었다.
군 당국은 “대응체계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방사포가 짧은 시차를 두고 동일한 지상표적을 향해 순차적으로 날아온다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뚫릴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올해 공개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등과 함께 공격한다면 위협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유사시 서울의 국방부와 합참,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 등 중부지역 내 한·미 전략시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응을 위해 탐지장비와 지휘통제체계 성능을 높이고 패트리엇(PAC-3)을 비롯한 요격미사일 보유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800여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군이 이를 요격하려면 적어도 1000여기의 요격미사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 조야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잇따른 발사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우려할 만한 수준의 실험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한·일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미국, 한국, 국제사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확실히 지켜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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