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2100만원→11억4200만원, 30명→3명’
대통령 배우자 등 측근 비리에 대한 상시적 감찰을 하는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의 지난 6년간 예산(2020년 예산안 포함) 및 인력 변화다. ‘조국 사태‘ 이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한 감찰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담당하기 위해 2015년 탄생한 특별감찰관 운영 예산이 6년간 크게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반토막났다. 한때 30여명이 근무했던 종로구 청진동 소재 특별감찰관 사무실엔 파견 공무원 3명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최근 여야가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찰할 특별감찰관을 새로 임명해 감찰 업무를 복구한다고 했지만, 예산과 인력이 쪼그라든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특별감찰관실 예산 32% ↓…현 정부 출범한 2017년 이후엔 반토막
9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특별감찰관실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2020년 특별감찰관실 정부 예산안으로 11억42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16억8200만원과 비교해 32.1%(5억4000만원) 줄었다.
특별감찰관실 예산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파르게 쪼그라들었다. 특별감찰관 운영 예산은 2015년 22억2100만원을 기록한 뒤 △2016년 24억4700만원 △2017년 24억800만원 △2018년 22억3200만원 △2019년 16억8200만원 △2020년 11억4200만원이 각각 책정됐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해 52.6%(12억6600만원) 감소했다.
내년도 특별감찰관 운영 예산의 경우 법무부와 기획재정부는 특별감찰관실에서 요청했던 예산보다 30%가량 축소해 정부 예산안으로 편성했다. 당초 특별감찰관실에서 요청했던 내년도 예산은 17억2200만원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실에선) 예산을 (최초 요청한 대로) 그렇게 해주길 바랐는데 (법무부·기재부와 2020년 특별감찰관 활동에 대한) 예측이 서로 달라 (예산 편성이)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별감찰관실 인원도 크게 줄었다. 감찰관실이 2015년 9월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약 180평(전용면적 기준) 규모의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엔 특별감찰관과 특별감찰관보는 경찰청, 국정원, 행정안전부 등 파견직 공무원 등 30여명이 근무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퇴사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시작으로 특별감찰관보와 특별감찰관보, 특별감찰과장, 감찰담당관도 모두 퇴직했고, 현재 행안부와 조달청 소속 파견직 공무원 3명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특별감찰관실 관계자는 “실질적 감찰업무는 중단됐고, 행정업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성된 예산도 번번이 불용(不用) 됐다. 2018년 기준 미집행 금액은 13억9500만원으로 편성 예산 대비 62.5%가 불용 됐다. 2015년 이후 매년 국회에 제출됐던 특별감찰관 업무현황 보고서도 2017년 10월을 끝으로 더 이상 제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특별감찰관실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이 축소된 것은 맞지만 만약 특별감찰관이 새로 임명된다면, 줄어든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실 업무 달라…특별감찰관 활동 정상화해야”
전문가들은 특별감찰관실 활동을 복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감찰관실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상시로 감찰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사실상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국 사태‘를 계기로 특별감찰관 제도 정상화 필요성이 크게 제기됐고, 여야 3당은 지난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때 각 당에서 특별감찰관 후보 1명씩을 내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 출신 구자헌 변호사를, 바른미래당은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를 지낸 최길수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은 특별감찰관 제도 정상화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공수처안엔 수사 대상으로 대통령 측근도 포함돼 특별감찰관실 활동 영역이 부분적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가 특별감찰관 제도 정상화에 소극적이란 지적에 “집권 초기부터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 제청을 요구했다”며 “언제든지 (국회에 임명 제청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수처 설치와는 별개로 특별감찰관실 활동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출신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감찰관실의 감찰과 공수처 수사는 엄연히 다르다”며 “만약 특별감찰관 제도가 제대로 운영됐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등을 미리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는 파견 검사와 수사관 숫자가 제한돼 대형 측근 비리 사건 한 개를 수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며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찰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만큼 특별감찰관 제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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